대학이념이 '기업가정신'…뮌헨공대는 '스타트업 공화국'

입력 2025-09-01 17:31
수정 2025-09-02 02:07

뮌헨공대(TUM)는 독일에서 가장 기업 친화적인 대학으로 꼽힌다. 대학 이념 자체가 ‘기업가적 대학’일 정도다. 이 철학의 중심에는 독일어로 기업가를 뜻하는 운터네머(Unternehmer)에서 이름을 딴 운터네머TUM(UTUM)이 있다.

UTUM은 직원만 400명이 넘는 유럽 최대 규모 창업 지원 조직이다. 독일 강소기업(미텔슈탄트·Mittelstand)과 젊은 창업가를 연결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로 출발했다. 독일은 세계 2700여 개 히든챔피언(대중 인지도는 낮지만 세계 시장 점유율 3위권에 드는 기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300곳을 보유한 나라다. 이들 기업은 독일 전체 고용의 60%를 책임질 만큼 대기업 못지않은 위상을 지닌다. 대부분 대학 창업지원센터가 학교 주도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UTUM은 민간 자본 주도 모델이다. BMW 상속녀 주자네 클라텐이 “차세대 기업가에게 영감을 주겠다”는 취지로 100% 출자해 설립했다.

뮌헨캠퍼스에서 만난 슈테판 드뤼슬러 UTUM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뮌헨은 지멘스, BMW 같은 대기업뿐 아니라 미텔슈탄트도 다수 포진한 도시”라며 “이들 기업은 더 큰 성장을 위해 스타트업과의 연결을 원했고, 지역 기업과 창업가 모두 ‘윈윈’할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고민이 UTUM 설립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UTUM은 BMW, SAP, 지멘스, 린데, 페스토 등 독일 대표 기업을 파트너로 두고 있다. 이들이 UTUM 학생의 창업을 지원하고, 새로 탄생한 스타트업이 다시 후배의 창업을 돕는 구조다. 드뤼슬러 COO는 이를 ‘순환 공화국’이라고 표현했다. 지금까지 UTUM에서 분사한 스타트업은 100곳 이상이며 2030년에는 250곳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성과도 뚜렷하다. 2023년 UTUM 출신 스타트업은 총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 이상을 투자받으며 독일 대학 가운데 최고 기록을 세웠다. 매년 5000명 이상이 창업 프로그램과 교육 과정에 참여할 만큼 규모도 커졌다. 독일 정부 역시 UTUM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해 2030년까지 연간 1750개 스타트업 창업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 팩토리’ 10곳을 설립하기로 했다. 지난 7월 각 프로젝트가 선정됐으며, 각 팩토리에는 공공·민간 매칭 자금을 통해 최대 1000만유로(약 162억원)까지 지원될 예정이다.

최근 UTUM은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AI 로보틱스, 모빌리티, 지속 가능성, 양자, 헬스케어 등 신성장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운영 재원은 산업체 재단과 기업이 60%, 벤처캐피털·개인투자자가 30%, 유럽연합(EU) 및 독일 정부 자금이 10%를 차지한다.

잔 루브너 뮌헨공대 부총장은 “UTUM을 중심으로 한 뮌헨공대의 기업가적 활동은 독일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을 창업한 독일 기업가 가운데 뮌헨공대 출신이 가장 많고, 유럽 전체로 봐도 여섯 번째로 많다”고 강조했다.

뮌헨·가르힝=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