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말 종료하기로 한 42조원 규모의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 조치를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자체적인 만기 연장 및 채무조정을 주문했고, 은행들도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의 연착륙을 위해 대승적으로 동참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2020년 시작한 만기 연장 조치가 5년 넘게 이어지면서 “자영업자 구조조정이 지연돼 더 큰 부실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은행별 만기 연장 나설 듯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코로나19 대출 처리에 관한 회의를 열고 은행별로 관리 방안을 제출받았다. 이달 말 코로나19 대출 만기 연장 조치가 끝난 이후에도 은행별로 차주와 협의를 거쳐 만기를 추가 연장해달라는 게 금융당국 방침이다.
이찬진 금감원장도 지난달 28일 주요 은행장과 만난 자리에서 “코로나19 피해 차주에 대한 만기 연장과 관련해 은행별로 마련한 관리 방안을 충실히 이행해달라”고 당부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3월 소상공인의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원금과 이자를 나중에 갚을 수 있도록 하는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이후 당국 주도로 만기 연장·상환유예 조치가 6개월마다 연장됐다. 가장 최근인 2022년 9월에는 금융권 자율 협약을 통해 최대 3년간 만기를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내용의 만기 연장 조치는 이달 말(2025년 9월) 종료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다음달 초부터 6개월~1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코로나19 대출의 만기가 돌아오고 채무불이행에 빠지는 소상공인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시장에서는 만기 연장 종료 시점만 되면 매번 위기설이 제기됐다. ◇ “구조조정 지연” 지적도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재차 만기 연장을 주문한 것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이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은행권도 무리하게 대출금 회수에 나서는 것보다 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만기 연장이 끝난 뒤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연체채권으로 분류된다”며 “은행 입장에서도 건전성 관리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보니 차라리 만기를 연장해주고 원리금을 받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만기 연장이 5년째 이어지는 사이 코로나19 대출 규모가 상당 부분 줄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만기 연장 대출액은 2022년 9월 말 90조6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41조6000억원으로 2년9개월 새 54.1% 감소했다. 줄어든 대출 잔액 가운데 차주가 상환을 완료한 비중이 약 97%에 달한다. 금융당국이 당초 목표로 한 ‘코로나19 대출 연착륙’이 일정 부분 달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만기 연장 등 금융 지원을 제한 없이 지속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최근 장기 소액 연체채권 소각 등과 맞물려 도덕적 해이를 키울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무분별한 만기 연장 조치로 소상공인·자영업자 구조조정이 지연될 수 있다”며 “좀비 기업에 시간만 벌어주는 결과를 낳아 향후 한국 경제에 부담만 더 키울 수 있다”고 꼬집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