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무단증축…불법건축물 매수자 구제될까

입력 2025-09-01 16:57
수정 2025-09-02 01:25
무단 증축 사실을 모르고 건축물을 매입한 집주인 사이에서 재산상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법 딱지’가 붙은 건물은 보증이나 대출이 거절돼 세입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는 양성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에서만 무단 증축 등에 따른 위반 건축물(주거용)이 7만7000가구를 웃돈다. ‘불법 건축물’ 사실을 뒤늦게 알아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023년 서울 성북구의 노후 단독주택을 매입한 A씨는 지붕 누수 문제로 대수선 공사를 하다가 옥탑 일부가 무단 증축된 사실을 알게 됐다. A씨가 매수하기 이전 세 차례 소유권 이전 과정에서도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주택은 대수선 공사 후 위반건축물로 등록됐고, 불법 낙인이 찍히자 세입자를 받기 어려워졌다. A씨는 “매년 수백만원의 이행강제금만 내고 있다”며 “실제 불법 증축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마지막 소유자만 책임을 지는 건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입자도 피해를 보긴 마찬가지다. B씨는 2019년 보증금 3억5000만원에 서울 송파구의 한 다세대주택 전세 계약을 맺었다. B씨가 입주한 이후 이 주택이 불법 건축물로 적발돼 문제가 터졌다. 불법 딱지가 붙은 뒤 전세대출이 막혀 후임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결국 B씨는 집주인과 소송은 물론 경매 절차를 밟고 있다. 광진구 다세대주택의 전세 세입자였던 C씨는 집주인의 국세 체납 문제로 공매 통지서를 받았다.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해당 주택을 낙찰받았다. 공매 과정에서 위반 건축물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한 불법건축물 소유주는 “계약 시점에 건축물대장에 위반 사실이 표기되지 않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노후주택이 많은 지역에선 구매자가 위반 여부를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고, (이전 주인한테)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임대와 매매, 주택연금 등이 모두 막혀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도 선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구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위반건축물 양성화’를 신속 추진 과제로 제안했다. 그러나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양성화 내용이 담긴 ‘특정건축물정리법’ 개정안 심사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져 관련자들의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