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AI 대전환' 뛰어드는데…경북도의 굴욕

입력 2025-09-01 16:54
수정 2025-09-02 01:21
경상북도가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4대 지역 AI 혁신 거점 등 국책 사업에서 모두 탈락하면서 지역 내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AI 등 미래 산업보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유치에만 열을 올리는 경북 정치권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 경북도의 빈약한 예타 기획력 1일 경상북도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새 정부 출범 후 대대적으로 기획된 AI 대전환 경쟁에서 경북은 한 군데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를 열어 광주·대구·전북·경남에 4대 AI 혁신 거점을 조성하는 국가연구개발(R&D)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기로 했다. 국산 AI 반도체 개발, 소형모듈원전(SMR) 기술 개발, 최초의 종합해양연구선 온누리호 대체 건조 등 사업 예타도 면제했다.

도 안팎에서는 성장 정체에 빠진 ‘제조 심장’ 경북의 혁신 기회를 놓쳤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경북 경제계 관계자는 “AI는 전북에, 한·미 관세협상 후 위기에 빠진 자동차부품(모빌리티)은 광주에, 경북이 강점을 가진 SMR 분야는 경남에 선수를 뺏겼다”며 “미리 준비하지 못한 결과가 참패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경상북도 경제 라인의 빈약한 예타 기획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인접한 대구는 이번에 광주와 함께 5510억원 규모의 예타 면제를 받아냈기 때문이다. 대구시가 2년 전부터 2조원 규모의 예타 사업을 끈질기게 추진해 온 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상북도는 단기적 공모 과제에만 치중한 채 대규모 예타 사업 발굴에 뒷짐을 지고 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북 역시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제시한 피지컬 AI를 주제로 국정과제를 기획해 1조원 규모의 예타 면제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경남은 1조2700억원 규모의 제조 AI와 SMR 사업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경북은 2010년대 13건의 예타 기획을 통해 2조원대 사업을 확보했지만 2020년 이후 선정된 예타 사업은 수소연료전지 클러스터 1건뿐이다. ◇ SOC에만 골몰하는 경북 정치권산업계 및 정치권 협력 체계도 삐걱거리고 있다. 전북은 통일부 장관에 오른 정동영 의원(전주병) 주도로 지난해부터 AI신뢰성센터를 구축하는 등 착실하게 준비해 왔다. 전북 정치권이 AI 기반 사업 유치에 발 빠르게 나선 반면 경북 정치권은 여전히 SOC 사업 유치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평가다. 경남 역시 전문가 워킹그룹 운영, 기업 간담회를 통해 현장 수요를 반영한 사업을 기획해 정치권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가동했다. 경상북도 관계자는 “AI 관련 사업을 들고 국회에 찾아갔지만 ‘왜 SOC 사업을 갖고 오지 않느냐’는 핀잔을 들었다”고 전했다.

최근 퇴직한 경상북도 전직 국장은 “예타 사업은 기획에서 통과에 이르기까지 5년 이상 끈질기게 추진해야 하는데 전문성과 도전 정신이 사라진 것 같다”며 “과학국이나 경제국의 국정과제 기획력을 복구하기 위한 조직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