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 사느라 하루 수십만원 쓴다"…강릉 주민들 '분통'

입력 2025-09-01 16:51
수정 2025-09-01 17:03


강원 강릉에 사상 처음으로 자연재난 사태가 선포된 반면 인접 지역인 속초·양양·고성·삼척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급수 상황을 유지하고 있어 ‘인재’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동해안 전체가 이례적으로 적은 강수량 탓에 가뭄에 시달리고 있지만 수도 계량기를 75%까지 잠그는 극단적인 조치가 실행된 곳은 강릉이 유일하다는 이유에서다.

1일 기상청에 따르면 강릉의 6~8월 누적 강수량은 187㎜ 예년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같은 기간 속초(275㎜), 태백(230㎜) 등 인접 지역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제한 급수가 실시되는 등 가뭄 피해는 강릉에서 유독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구정면 주민 신 모씨(42)는 “수돗물이 잘 나오지 않아 아이 씻기기도 힘들다”고 전했다. 교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상인은 “생수통을 사다 쓰느라 하루 수십만 원이 든다”고 토로했다. 고지대 주민들은 탱크차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고 있다. 관광과 교육 현장도 타격을 받고 있다. 신라모노그램 강릉 호텔은 수영장과 사우나 운영을 중단했고, 강릉교육지원청은 급식과 세척 문제로 단축수업과 대체식을 검토 중이다.

강릉의 최대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오봉저수지는 오후 3시 기준 저수율이 14.4%로 평년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전날 14.9%에서 하루 평균 0.5~0.6%포인트씩 떨어지고 있어 이대로라면 수일 내 10% 미만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저수율 10% 미만인 상수원은 퇴적물 등에 따른 수질 악화로 사실상 정상적인 취수가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강릉과 달리 속초는 2018년 가뭄을 겪은 뒤 지하댐과 암반 관정을 구축해 63만t 이상의 빗물을 비축했다. 속초 시민 8만여 명이 3개월 이상 쓸 수 있는 양이다. 덕분에 올 여름에도 문제없이 물 축제를 개최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양양과 고성, 삼척 등에서도 소규모 저수지와 지하수 등을 활용해 수원을 다변화했다. 반면 강릉은 생활용수의 87%를 오봉저수지에 의존하고 있다. 대체 수원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저수율이 곤두박질치자 곧장 제한급수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지적이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