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 "ADC 한계 넘는 혁신 항암제로 시장 선도"

입력 2025-09-01 16:54
수정 2025-09-02 00:07
“항체접합분해제(DAC) 플랫폼으로 차세대 항암제를 개발하겠습니다.”

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는 1일 인터뷰에서 “기존 화학항암제가 논밭 전체를 태우는 화염방사기라면 DAC는 잡초만 골라 태우는 정밀한 드론”이라며 “암세포만 정밀하게 제거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DAC 개발 리더오름테라퓨틱은 세계 최초로 DAC 임상시험에 들어간 기업이다. DAC는 암세포를 찾아가는 항체에 독성 약물 대신 질병 유발 단백질을 분해하는 표적단백질분해(TPD)를 결합한 플랫폼이다. 세계적으로 개발 중인 DAC 후보물질 28개 중 임상에 진입한 건 오름테라퓨틱이 개발한 두 개뿐이다. 이 중 고형암 치료제 ORM-5029는 오름테라퓨틱이 임상 1상을 하다가 전략적으로 자진 취하했고, 혈액암 치료제 ORM-6151은 미국 BMS에 기술이전했다. ORM-6151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BMS는 최근 환자를 세 배로 확대하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BMS는 2023년 오름테라퓨틱과 1억8000만달러(약 2500억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 중 1억달러를 선급금으로 지급했다. 이 대표는 “남은 마일스톤은 1년치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이 들어오는 구조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운영 재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ORM-6151의 순조로운 진행은 DAC 플랫폼의 파트너십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1000배 강력한 효능오름테라퓨틱은 신규 파이프라인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반기 DAC 혈액암 치료제 ORM-1153의 비임상 데이터 공개에 글로벌 제약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ORM-1153은 암세포 생존에 필수적인 단백질 GSPT1을 제거하는 분자접착제를 페이로드로 사용했다. 비임상에서 일반 TPD만 사용했을 때와 비교해 최대 1000배 강력한 효능을 보였다.

ORM-1153에 적용한 항체는 11월 초 미국혈액학회(ASH)의 초록 공개 시기에 발표한다. 이 대표는 “어떤 항체를 결합해 DAC를 설계했는지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라며 “ASH 초록을 통해 ORM-1153의 항체가 베일을 벗을 것”이라고 했다. ◇자가면역질환도 치료오름테라퓨틱은 항암을 넘어 비종양 분야로의 확장도 준비 중이다. DAC는 질병 유발 단백질을 제거하는 기전 특성상 암뿐만 아니라 염증, 자가면역 등 만성 질환 신약도 개발할 수 있다. 이 대표는 “항체약물접합체(ADC)는 독성약물이 페이로드이기 때문에 정상세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장기간 반복 투여가 필요한 만성질환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반면 DAC는 염증 유발 면역세포를 선택적으로 분해하거나 활성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작용해 자가면역질환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오름테라퓨틱은 적응증 확장을 위해 신규 링커 플랫폼 프로텝을 확보했다. 기존에는 페이로드마다 맞춤형 링커를 설계해야 했지만 프로텝은 여행용 만능 어댑터처럼 작동해 다양한 TPD를 범용적으로 결합할 수 있다. 이 플랫폼 역시 세계 최초다. 그는 “DAC 분야에서는 누구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며 “기술 격차를 꾸준히 벌려나가 글로벌 리더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