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가꾸기 과정에서 잡목으로 취급받던 정금나무(사진)가 경기도 연구진의 손을 거쳐 ‘효자 나무’로 변신했다.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는 정금나무 열매 추출물을 활용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증 예방·치료 조성물’ 특허 등록에 성공했다고 1일 밝혔다. 연구소는 2021년 특허를 출원한 뒤 10년간 세포·동물 실험을 이어왔다. 이번 특허는 정금나무가 실제 동물체 내에서도 헬리코박터균을 줄이는 효능을 입증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정금나무는 블루베리와 가까운 속(屬)에 속하는 낙엽 활엽 관목이다. 국내 중부 이남 산지에 자생하며, 여름에는 푸른 열매가 열리고 가을에는 보랏빛으로 익는다. 블루베리보다 열매 크기는 작지만, 항산화 효능은 다섯 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유사한 종으로는 북한에서 전통주로도 제조·판매 중인 들쭉나무가 있다.
연구소는 정금나무 연구 성과를 학술지 논문 세 편과 학술대회 발표 여섯 차례 등으로 축적해왔다. 또 농업회사법인 정금바이오와 함께 뿌리 삽목 재배법을 개발해 일반 농가도 쉽게 가꿀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기존 조직배양 방식보다 단순해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금나무는 과거 농가에서 소득 자원화를 요청했으나 농림축산식품부와 산림청이 서로 관할을 미루며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했다.
김일곤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장은 “정금나무는 성능이 입증된 토종 블루베리”라며 “의약품·건강식품 기업에서 후속 연구를 이어받아 농가 소득 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특허 매각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정진욱 기자 croc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