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시장에서 혁신을 외치던 '타다'가 월간활성사용자(MAU) 수 10만명도 되지 않을 정도로 위상이 추락했다. 2019년 당시 '타다 금지법'으로 직격탄을 맞은 이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타다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차단' 행위로 사실상 중형택시 서비스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털어놨다.'MAU 5만명' 혁신 실종된 타다, 사용자 급감
2일 데이터 테크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타다의 지난 7월 MAU는 5만9280명에 그쳤다. 반면 카카오T는 1414만2004명으로 타다의 약 235배에 달했다. 우버는 69만명을 기록했다.
앱·결제 데이터 분석 솔루션 업체인 와이즈앱·리테일 추산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와이즈앱·리테일은 타다의 지난 7월 MAU가 7만6875명을 기록했다고 추산했다. 모바일인덱스와 와이즈앱·리테일 모두 타다 MAU가 10만명을 넘기지 못한 것으로 봤다. 지난달의 경우 MAU가 5만명대에 그쳤는데 와이즈앱·리테일 관계자는 "사용자가 적어 통계 결과에 오류 가능성이 있어 정확한 수치 전달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시장 점유율은 더 처참하다. 와이즈앱·리테일 조사를 보면 타다의 점유율은 2020년부터 계속 1%대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카카오T는 지난 7월 국내 택시 호출 시장 점유율 94%를 찍었다.
타다는 최근 저조한 점유율이 제3자(서드파티) 채널 강화로 이뤄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타다 애플리케이션(앱)뿐만 아니라 티오더, 토스 앱, 티머니 앱 등에서도 타다를 이용할 수 있는 만큼 MAU만으로 시장 상황을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타다는 2021년, 2022년, 2023년 7월 기준으로 모두 MAU 10만명을 넘겼다. 2023년 말 서드파티 전략을 도입한 이후 지난해 7월부터 MAU가 약 8만명으로 꺾였다.
주목할 것은 타다의 중형 택시 서비스인 '타다 라이트' 사업 규모다. 타다는 2020년 타다 금지법이 통과되자 렌터카 호출 서비스인 '타다 베이직'을 중단했다. 2021년엔 일반 중형 택시 서비스인 '타다 라이트'와 고급 택시 서비스인 '타다 넥스트'를 선보였다.
하지만 현재 타다 앱에 들어가면 중형 택시 서비스인 '타다 라이트'는 보이지 않는다. 준고급 세단과 대형 승합차 기반 서비스인 타다 플러스, 타다 넥스트만 선택할 수 있다. '모든 타다 부르기'를 통해 중형 택시를 잡을 수도 있지만 사실상 잡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다는 2020년 10월 중형 택시 라이센스를 받아 '타다 라이트'를 준비했다. 중형 택시 계약 대수만 4600대였지만 실제 운행된 최대 차량은 1800대였다. 타다 라이트 운행 택시는 2021년 6월 정점을 찍은 뒤 계속 줄어들었다. 현재는 운행 불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차단이 2021년 6월부터 이뤄지면서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는 평가도 있지만, 일각에선 타다가 자체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타다 관계자는 "계약 후 차량 출고까지 수개월 걸리는 걸 감안하면 2021년 하반기 타다 라이트 대수는 최소 4000~5000대는 됐어야 한다"며 "타다 라이트를 출시한 지 1년도 안 돼서 콜 차단이 이뤄졌다. 중형 택시 서비스를 사실상 종료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택시 수가 얼마 안 남았고 그러다 보니 이용자도 감소했다"고 말했다.새 플레이어 진입 없는 택시 호출 시장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 택시 콜을 늘리기 위해 타다·우버 등 타 택시 호출을 차단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차단 행위가 시장 경쟁을 막는다고 판단해 카카오모빌리티에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한 시정명령과 15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중형 택시 호출 시장은 하나의 플랫폼을 가맹한 채 복수 플랫폼 호출을 중개하는 시장이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타다 등 경쟁사와 가맹 계약을 한 택시 기사에게 카카오T의 호출을 받으려면 운행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를 설치하고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공문을 보내면서 시장 구조를 뒤흔들었다.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일반 호출을 받지 못하도록 하면서 '콜 차단' 논란이 일었다.
SDK는 영업상 비밀을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는 핵심 정보다. 경쟁사로서는 콜 차단을 받느냐 핵심 정보를 제공하느냐 두 가지 기로에 놓였던 것. 당시 타다와 우버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제휴를 맺지 않았지만 반반택시와 마카롱 택시는 계약을 맺었다. 이후 두 업체는 택시 호출 시장에서 사업을 철수했다. 시장에 새로 진입한 업체도 전무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카카오T가 중개 콜을 받는 것을 원천 차단하고 싶었던 것 아니었겠나"라며 "시장 플레이어도 줄어든 상황에서 카카오T의 독과점 지위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타다 관계자는 "시장에 경쟁자가 많아져야 혁신적인 서비스도 많이 나온다"며 "결국 고객의 선택권을 늘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타다금지법 때의 타다와 지금의 타다는 다른 타다다. 당시 타다는 규제로 타이밍을 놓쳤고 이후에도 독과점 시장의 폐해가 반복되는 악순환에 놓였다"며 "독과점은 혜택 강화가 아니라 시장 죽이기에 가깝다. 결국 선택의 폭이 줄어든 국민만 피해를 본다. 공정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공정위는 타다를 카카오모빌리티 콜 차단 행정소송의 피고 측 보조참가인 자격으로 합류시켰다. 타다는 오는 25일 타다는 2차 기일에서 공정위와 연대해 재판에 참석할 예정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콜 중복으로 인해 이용자 편의를 위한 배차 지연, 콜 취소 등 서비스 품질이 저하되는 걸 막기 위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공정위 심사 결과에서 언급된 정보들은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때 얻게 되는 정보와 동일하다. SDK 정보는 어떤 사업에도 활용하지 않았다"며 "당사는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를 해결하고자 타 가맹본부들과 제휴를 통한 이해조정을 위해 수년간 노력해 왔다. 현재도 관련 계약 체결을 통해 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