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한 "'트라이' 윤성준, 부상도 연애도 내 얘기 같았다" [인터뷰+]

입력 2025-09-01 08:00


소위 대한민국 운동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어릴 때부터 각종 전국 대회를 섭렵했고, 명문으로 불린 체육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하지만 대학 입시를 앞둔 시점에 부상을 당한다. 지난 30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트라이:우리는 기적이 된다'(이하 '트라이') 한양체고 럭비부 주장 윤성준에 대한 설정이다. 그리고 그를 연기한 김요한의 실제 이야기다.

'트라이'는 예측불허 괴짜감독 주가람(윤계상 분)과 만년 꼴찌 한양체고 럭비부가 전국체전 우승을 향해 질주하는 코믹 성장 스포츠 드라마다. 김요한이 맡은 윤성준은 럭비부 주장으로 '노력형 에이스'다. 운동을 좋아하고, 주가람의 활약을 보며 동생과 같은 축구가 아닌 럭비 선수를 꿈꾸게 됐기에 약물 사용으로 문제가 된 주가람에게 '애증'을 느끼는 인물이다.

주가람의 진심을 알고 럭비에 임하면서 빠르게 성장하지만, 전국체전을 펼치던 중 어깨 부상을 당해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김요한은 Mnet '프로듀스X101'에 출연하면서 주목받았고, 당시 투표 1위를 차지하며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다. 태권도 선수였던 그가 연습생 계약을 맺고 일주일 만에 출전한 '프로듀스X101'에서 우승한 일화는 팬들에게도 유명하다. '트라이'는 2021년 방영된 KBS 2TV '학교 2021' 이후 4년 만에 주연으로 작품을 선보이게 된 드라마다. 김요한은 거칠지만 풋풋하고 발랄하며 귀여운 청춘의 모습을 연기하며 극의 몰입을 이끌었다. 실제로 "어릴때부터 태권도를 했고, 서울체고 시절 부상을 겪고 좌절 도 경험했다"는 김요한은 "'시합만 뛰게 해달라'는 성준의 말이 고등학교 때 제 모습 같았다"고 말했다.

극중 사격부 에이스 서우진(박정연 분)과 윤성준이 미묘한 로맨스를 보여주는 것에도 "저도 다른 부서 친구들과 만난 적이 있다"면서 "같은 운동을 하는 친구들에게는 아무래도 이성적인 감정이 들기 힘들다"면서 쑥쓰러운듯 특유의 반달 미소를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다음은 김요한과 일문일답.

▲ '트라이'가 종영한다.

= '트라이' 라는 작품을 연습, 촬영 포함해 1년 정도 하게 됐다. 뭔가 1회부터 한편한편 보면서 벌써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서운하기도 하고, 하지만 고생한게 작품 안에 잘 녹아든 거 같아 정말 감사하다. 이 작품을 좋아해주시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큰 역할을 맡아 처음엔 걱정도 많고 부담도 많이 됐다. 성준이라는 캐릭터를 분석하면서 하다보니까 저랑 닮은 부분도 많고, 그래서 자신감도 생겼고, 윤계상이라는 저를 이끌어줄 큰 분이 계셔서 선배님을 믿고 열심히 했다.

▲ 윤계상과 호흡은 어땠나.

= 워낙 대 선배님이라 아우라가 있었다. 대본작업을 하면서 저희에게 다가와 주시려고 노력하셨다. 항상 장난도 많이 쳐주시고 해서 많이 풀어지고, 친하게 지냈다. 현장에서도 조언이나 이런걸 한다기보다는 그 장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선배님 눈빛이 깊다. 그래서 그 상황마다 감정을 끌어주셨다. 제가 아쉬운 부분도 먼저 알아봐주시고, 충분히 형님으로서 이끌림을 받았다.

▲ 오랜만에 드라마다.

= 대본을 봤는데 너무 재밌어서 안할 이유가 없었다. 특히 성준 역할이 저와 닮아있는 부분이 많았다. 저의 고등학생 때 생각도 나고, 자연스럽게 제가 연기하는 성준을 상상하게 되더라. 그래서 미팅을 할 때에도 '너무 하고 싶다'고 말했다.

▲ 실제로는 서울체고 태권도부 출신인데, 서울체고와 한양체고는 어떤 게 같고 어떤 게 달랐을까.

= 사실상 드라마적 허용은 있다.(웃음) 촬영지는 전북체고였다. 촬영장에 가면 고등학교 생활이 정말 많이 났다. 다들 배우분들이지만 에어로빅부, 럭비부, 사격부가 다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몰입이 되더라. 다른 지점은, 평소에 그렇게 에어로복, 태권도복을 입고 다니지 않는다. 이건 다르다. 구호 이런건 진짜 운동한 사람들이 보면 애매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제가 의견도 많이 냈다. '어떻게 했냐' 이렇게 물으시면 '이렇게 해보면 될 거 같다' 이런 식으로. 말투나 이런 것들에서 실제 운동을 했던 게 도움이 많이 됐다.

▲ 실제 럭비 훈련도 받았다.

= 기초 체력부터 시작했다. 운동 선수들이 하는 것처럼 기초체력부터 러닝, 패스, 태클 이런 것들을 다 했다. 저에겐 생소했던 스포츠라 공을 잡는 법도 몰랐다. 그래도 럭비부원들과 투닥거리며 놀 때에도 공을 갖고 놀고, 저희 끼리 터치 게임도 하고 했더니 3개월 정도 훈련하다보니 어느정도 자세는 나오더라. 선수로 나오는데, 자세가 영 이상하면 몰입이 안되니까 잘하진 못하더라도 자연스럽게는 해보자 해서 했는데, 재밌게 했다.

▲ 럭비가 격한 스포츠다보니 부상도 많았을 거 같다.

= 태클이나 슬라이딩이나 이런걸 실제로 안하면 카메라에서도 티가 많이 나더라. 받아주는 분들도 현역 선수 출신 들이라 다들 실제로 했다. 그래서 피부가 쓸리고 이런 부상 들은 있었다. 혼자 샤워하면서 따갑다고 소리지르곤 했다.

▲ 몸이 많이 커진 느낌이었다. 체중 증량을 했을까.

= 2달 정도 식단을 하면서 웨이트를 병행했다. 알람을 맞추고 흰쌀밥에 닭가슴살로 4끼를 먹었다. 그렇게 몸을 만들었다. 원래 체중이 71kg 정도인데, 78k 정도 만들었다. 그런데 또 너무 화면에 부해보이면 안되니까, 얼굴선을 다듬으며 73kg 정도로 촬영에 임했다. 행복한 식단은 아니었다. 목표가 있으니 했다. 저만 그런게 아니고 럭비부 친구들이 다 그렇게 했다.

▲ 성준에게 가장 이입된 장면은 뭘까?

= 감독님과 대화였다. 엄마랑 상담실에서 소리지르고 나와서 감독님과 대화할 때 '마지막 기회잖아요, 전국체전만 뛰고 수술받으면 되잖아요' 하는게 와닿았다. 저도 비슷했다. 고등학교 2학년때 발목 수술을 해서 한 시즌을 버렸다. 그리고 3학년이 돼 입시를 준비하는데, 제가 가고 싶은 대학은 지난 시즌을 보지 못했으니 저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했다. 그래서 3학년 때 그 절박함이 성준이랑 닮았다. 진학을 위해 메달을 따야 하니까, 그땐 부상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미래는 안보이고 눈 앞의 상황만 보인다. 성준이가 하는 말이 제가 했던 생각 같아 이입이 잘 됐다.

▲ 성준과 공통점이 많아 보인다.

= 전 그렇게 성실하진 않았다. 쉬고 싶어했다. 개인 훈련 시간을 주면 마사지나 하고. 그래서 국가대표가 안된 거 같다.(웃음)

▲ 슬럼프땐 어떻게 멘탈을 잡을까.

= 그땐 멘탈이 안잡힌다. 고등학생 운동선수에게 슬럼프는 멘탈을 부숴버린다. 항상 이겼다가 지는 게 버릇이 되고, 시합을 뛰기 전부터 질 거 같고, 그런 생각에 갇히는 게 슬럼프 같다. 그건 이겨낸다기 보다는 하나의 계기가 필요한 거 같다. 내 계획대로 했더니 승리를 했다든지, 내가 원하는대로 뭔가가 됐을 때 슬럼프가 풀리는 게 있더라. 저의 경우도 멘탈을 관리했다기 보다는 제가 생각했던 발로 상대를 맞췄을 때 '툭' 하고 풀렸다.

▲ 시청률이 좋으니 반응도 살펴보게 될 거 같다.

= 안보고 싶은데 보게 되더라. 시청자 반응도 궁금하고. 그런데 생각보다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더라. '이게 될까' 했던게 첫주였고, 가면 갈수록 과몰입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10회 끝나고 욕도 먹었다. 왜 약을 사냐고. 비속어도 쓰면서 저에게 뭐라 하셨다. 그건 성준인데.(웃음) 그런 과몰입이 저에겐 감사하다.

▲ 김요한의 연기 인생에 '트라이'는 어떤 의미였을까.

= 연기는 계속했지만, 대외적으로 보여지는게 없던 시간이 길어졌다. 그래서 쉬는줄 아는 분들이 많았던 거 같다. '트라이'는 제가 열심히 했던 걸 보여준 기회가 된 작품이다. 거기에서 새로운 시작이 된 거 같다. 선배님들에게도 많이 배웠다. 특히 윤계상 선배님 존경했지만 더 존경하게 된 작품이다. 부담감도 있어서 걱정도 많았다. 연기는 계속했지만 현장과 연습은 다르니까. 그래서 항상 감독님에게 보챘다. 절박했던 거 같다. 이제는 살짝 풀렸다.

▲ 김요한 인생에도 주가람 같은 사람이 있나.

= 저에겐 아버지다. 초등학교때부터 아버지의 존재가 저에겐 각성이 됐다. 시합을 뛸 때 아버지가 목소리를 높여 '이렇게 해', '저렇게 해' 하시면 심각한 게 아니다. 아무 말도 안하고 가만히 노려보시면, '이대로 끝나고 나가면 죽는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 각성이 된다.(웃음) 아버지는 그런데 이 작품을 보고 나서 별 말씀이 없으시더라. 어머니는 1, 2회가 나간 후 좋아하시기도 하고 '아들 연기가 많이 늘었다'고 하셨는데. 동생들도 피드백은 전혀 없다. 동생들은 용돈 필요할 때나 연락한다.

▲ '트라이'에서 성준이 우진과 미묘한 로맨스도 등장한다. 실제로 체고 시절 경험이 있었을까. 체고 후배이기도 한 동생의 연애에 분노했던 장면이 화제가 되지 않았나.

= 동생이기 때문에. 둘째는 괜찮은데, 막내가 제 눈엔 아직 너무 어리다. 스캔들에 휩싸이면 심적으로 불안하다. 저도 고등학교때 '썸씽'이 있긴 했지만, 동생은 다르다.(웃음) 상대는 다른 부였다. 태권도부는 같이 운동을 하지 않나. 원래 다른 매력에 끌리는 법이니까. 그리고 아빠가 학생때 제 연애는 반대하셨는데, 동생들 연애엔 유해지셨다. 동생 남자친구 얘기에 그냥 웃고 계셔서 놀랐다.

▲ 운동 선수 캐릭터는 다 김요한에게 나는 느낌이 들 정도다. 차기작도 복싱선수 캐릭터다.

= 운동을 했던 경험이 연기에 도움이 많이 된다. 일단 저를 뽑아 주시는 부분 중에 하나도 운동선수였던 경력이 포함이 되는 거 같다. 물론 연기를 열심히 해야겠지만, 운동선수 이미지가 있었던 거 같다. 이번에 복싱 같은 경우는 태권도가 정말 많이 도움이 됐다. 복싱을 이번에 처음 시작했는데 태권도와 정말 비슷했다. 복싱의 스텝을 밟는 리듬이 태권도였다. 겨루기를 한 게 잘했다 싶더라.

▲ 운동도 하고 아이돌도 하고 단체생활을 많이 했다.

= 단체 생활을 많이 하면서 느낀 건 자기 것만 잘하면 된다는 거다. 가령 치우는 게 있으면 '치워', '이따 치울게' 이러다가 싸우는 거니까.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거다.

▲ '트라이'를 본 위아이 멤버들의 반응은 어떤가.

= 자의로 본 친구도 있고, 강제 시청을 한 친구도 있다. 안보면 강제로 보게 하니까 그런 효과가 나더라. 좋은 효과라고 본다.

▲ 위아이 멤버 김준서가 서바이벌 프로그램Mnet '보이즈2플래닛'도 출연하고 있다. 서바이벌 출신으로 어떻게 보고 있을까.

= 조언 보다는 응원만 열심히 하고 있다. 퇴소했을 때보면 '잘하고 있냐' 이런 응원을 하고 있다. 열심히 해서 데뷔했으면 하는데, 투표까지는 그렇다. 어쨋든 우리 위아이 멤버라, 같이 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그렇다.

▲ 럭비부원들과도 친한거 같다.

= 럭비부는 첫 운동후 첫 샤워를 같이 했다. 처음부터 모든 걸 보여줬다. 단합도 많이 했다. 밥도 많이 먹고, 술도 하고 그러다보니 친해질 수 밖에 없었다. 촬영이 시작하기 전부터 친했다. 그래서 연기를 하면서 경계감 없이 이야기를 해줄 수 있고, 애드립도 자연스러워지더라. 좋은 시너지가 나고 있다. 촬영은 끝나도 모임을 갖고 있다. 럭비부를 포함한 계모임도 있다. 원래는 한달에 만원 2만원 내고 놀러가려고 했는데, 아직 어디로 갈 진 정해지지 않았다. 마지막 방송도 럭비부원들과 저희 집에서 보기로 정리하더라. 저희 집인데.(웃음) 첫회부터 저희집에서 많이 봤다. 같이 보는게 재밌어서 그렇게 계속 보고 있다.

▲ 김요한에게도 '트라이'가 기적이 됐을까.

= 저에게도 기적이 된 거 같다. '트라이'가 아니었다면 얻을 수 없던 기회들이 있다. '트라이' 덕분에 조금이나마 더 연기를 보여줄 수 있게 됐고, 다음 작품에 더 힘을 내게 됐다. '트라이'가 저에게 기적이다. 또 윤계상 선배를 이번에 정말 더 좋아하게 됐다. 저도 10년, 15년이 흘렀을 때 이렇게 누군가를 이끄는 배우, 선배가 되고 싶더라. 저도 이런 도움을 받아봤으니 후에 성장하면 그렇게 되고 싶더라.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