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제재 집중하더니…러시아에 사상 첫 무역흑자 기록

입력 2025-08-31 21:08
수정 2025-08-31 21:09
유럽연합(EU)이 올 2분기 사상 처음으로 러시아에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교역량이 급감하면서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크게 줄인 영향이다.

유로뉴스는 20일(현지시간) 유럽통계기구 유로스타트 자료를 인용해 2분기 EU의 대러시아 수출액이 75억유로, 수입액은 70억유로로 5억유로의 소폭 흑자를 달성했다고 전했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EU가 러시아를 상대로 흑자를 기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U와 러시아의 교역량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1분기 819억유로에서 올 2분기 145억유로로 82% 쪼그라들었다.

전쟁 전만 해도 러시아는 EU의 주요 교역 상대국 중 하나였다. 하지만 EU가 전쟁 발발 직후부터 지난달까지 18차례에 걸쳐 각종 수출입 제한을 포함한 제재 패키지를 채택하면서 교역량이 급감한 것.

특히 에너지 부문을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로 지목하고 원유가격 상한제 등의 제재에 나서면서 무역적자가 대폭 감소했다.

에너지 부문에서 EU의 대러시아 무역적자는 2022년 2분기 428억유로에서 올 2분기 42억유로로 9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EU의 원유 수입에서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1분기 29%를 차지했지만 올 2분기엔 2%에 불과했다. 천연가스 의존도는 이 기간 39%에서 13%로 줄었다.

에너지 수입 다변화로 미국과 유럽 최대 산유국인 노르웨이가 이득을 봤다. 같은 기간 EU의 미국산 원유 수입 비중은 5%, 노르웨이산은 4% 확대된 것으로 파악됐다.

EU는 2022년 12월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도입해 위반하는 업체와 기관을 제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3국 선적을 달고 제재를 우회하는 일명 '그림자 선단' 소속 유조선 명단도 꾸준히 갱신하고 있다. EU는 국제유가가 안정되면서 지난달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을 배럴당 60달러에서 47.6달러로 낮추기도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