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수면의 질'을 이유로 오후 시간대 탕비실에서 커피머신 사용을 금지한 회사 사연이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다. 직장인들 사이에선 회사 측 조치가 지나치다는 비판과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비즈니스 네트워크 서비스 '리멤버' 커뮤니티에 올라온 '오후 4시 이후 사무실 커피 금지. 이게 가당키나 합니까?'란 제목의 게시글이 31일 오후 현재 조회수 6만5000회를 넘어섰다. 이 게시글은 닷새 전 올라왔지만 이날도 다수의 직장인들이 댓글을 통해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 개발·분양 업체 직장인이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전사 공지 메일을 받고 제 눈을 의심했다"고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회사는 "금일부로 임직원 건강 증진 및 수면의 질 향상을 위해 오후 4시 이후 탕비실 커피머신 사용을 금지한다"고 공지했다.
A씨는 "아마 대표님이 어디서 늦은 오후의 카페인 섭취가 숙면을 방해한다는 둥 어쩐다는 둥하는 유튜브 영상을 감명 깊게 보신 게 틀림없다"며 "그러지 않고서야 이럴 수 있나. 저희 건강까지 챙겨주시려는 그 마음은 정말 감사하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야근이 아예 없는 회사도 아니고 적어도 구성원의 10분의 1은 1주에 서너번씩 야근을 한다"며 "그게 아니어도 한두 시간 더 일하고 퇴근하는 사람이 정말 많은데 우리의 피로도는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라고 토로했다.
A씨는 "벌써부터 동료들은 4시 전에 마실 마지막 커피를 쟁여두려고 눈치싸움 중이다. 커피머신이 네스프레소 캡슐 머신인데 층마다 2개씩이라 4시 직전에 받아 놓으려면 20분 전부터 줄서야 할 기세"라며 "수면의 질 생각하면 그냥 4시에 퇴근시켜주는 게 더 좋을 텐데 차라리 오후 4시 이후엔 디카페인만 마시라고 하면 어떠냐"고 적었다.
그러면서 "직원 건강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으로 회사 탕비실 캡슐 값 아끼고 직원들 돈은 더 쓰게 만드는 것 아닌가"라며 "이렇게 생각하니까 갑자기 열 받는다"고 했다.
이 글을 본 직장인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 연구개발직 직장인은 "비용 절감을 (위해) 직원들 복지나 급여까지 손대기 시작한 회사는 이미 갈 때까지 간 회사"라며 "탈출하라"고 권했다. 이 외에도 "먹을 것까지 관여하는 건 좀", "X소리를 신박하게 한다", "돈 드니까 먹지 말라는 말을 고급지게 한다"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다른 한편에선 문제될 것이 없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자신을 회사 대표라고 인증한 한 작성자는 "회사에서 커피를 반드시 제공해야 하는 뉘앙스는 어폐가 있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직장인은 "몸에 좋은 것도 아니고 좋지 않은 것을 제한하는 것을 꼭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