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중국 공장의 생산 역량 확대와 기술 업그레이드를 위한 미국산 반도체 장비 반입을 허가하지 않기로 했다.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이 계획을 밀어붙이면 삼성과 SK의 중국 공장은 저급 사양 제품만 제조하는 ‘B급 생산기지’로 전락한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일 미국 연방 관보 게재를 앞두고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명단에서 삼성반도체유한공사, SK하이닉스반도체유한공사와 SK하이닉스가 인수한 인텔반도체유한공사 등 세 곳을 제외한다고 지난 29일 밝혔다. VEU는 미국 정부가 신뢰하는 기업에 한해 별도의 허가 절차나 기간 제한 없이 미국산 장비를 반출할 수 있는 제도다. 삼성과 SK가 VEU 지위를 잃으면 내년 1월부터 미국산 장비를 들여올 때마다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 상무부는 ‘현상 유지’를 위한 장비 반출은 허용하지만, 중국 공장의 생산 역량 확대와 기술 업그레이드를 위한 반출은 허가하지 않겠다고 명시했다.
중국은 삼성 낸드플래시 물량의 35%, SK하이닉스 D램 생산량의 40%를 담당하는 핵심 생산기지다. 반도체 주요 공정 장비를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 램리서치, KLA 등 미국 기업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만큼 다른 나라 장비로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미국 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행정명령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항소심에서도 유지했다. 워싱턴DC 연방순회항소법원은 29일 미국 정부가 상호 관세를 부과하는 근거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활용한 것은 위법하다는 국제무역법원(CIT)의 지난 5월 1심 판결을 7 대 4로 확정했다. 재판부는 “과세 권한은 헌법에 따라 의회에 전적으로 귀속된다”며 “의회 승인 없이 대통령은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고 적시했다. 트럼프 정부는 대법원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 철강 등에 부과된 품목 관세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것으로 이번 판결과는 무관하다.
박의명 기자/워싱턴=이상은 특파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