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립스틱·옥수수 전분 용기…'클린'에 꽂힌 K뷰티

입력 2025-08-31 17:08
수정 2025-09-08 15:51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클린뷰티’(친환경 미용)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친환경 원료 및 패키징을 사용하면 글로벌 무대에서 친환경 이미지를 갖출 수 있는 데다 경쟁이 치열해진 뷰티 시장에서 차별화 지점으로 내세울 수 있어서다.

회장품 회사들이 클린뷰티 연구를 가장 활발히 진행하는 분야는 패키징이다. 일반적인 플라스틱 용기에서 벗어나 종이, 유리 등을 활용한 패키징이 늘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확산과 함께 K뷰티의 주요 무대 중 하나인 유럽에서 ‘지속 가능한 제품을 위한 에코디자인규정’(ESPR) 등 환경 규제 강화가 영향을 미쳤다.

한국콜마가 본보기다. 최근 종이스틱과 원핸드펌프 페이퍼백을 개발해 세계적 권위의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다. 립스틱 등에 적용되는 종이스틱은 색연필처럼 종이를 한 겹씩 벗기면서 쓰는 방식이다. 100% 재활용이 가능하고, 내용물을 남김없이 사용할 수 있다. 원핸드펌프 페이퍼백은 우유갑 모양의 패키징에 로션 등을 담는다. 기존 종이팩은 펌프를 누를 때 함께 구겨지는 문제가 있었지만, 한국콜마는 압력을 분산하는 기술을 개발해 구겨지지 않는 친환경 용기를 만들었다.

화장품을 다 쓴 뒤 갖다버리면 100% 생분해되는 패키징도 있다. 코스메카코리아는 옥수수 전분 등 자연 유래 원료로 용기를 개발했다. 기존 생분해 플라스틱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만 분해됐지만, 이 패키징은 실온에서도 분해된다. 미세플라스틱이 전혀 들어 있지 않아 퇴비로도 쓸 수 있다.

천연원료를 사용한 화장품도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연어의 생식세포에서 추출한 ‘동물성 PDRN(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타이드)’이 유행하자 장미, 녹차, 해조류 등 식물성 PDRN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다. 식물성 PDRN은 상대적으로 환경 친화적이고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식물성 원료를 내세운 ‘비건뷰티’ 브랜드를 전략적으로 키우는 회사도 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비건뷰티 브랜드 어뮤즈 지분 100%를 713억원에 인수했다. 개발 과정에서 동물 실험을 배제해 팬층이 두터운 회사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의 올 2분기 뷰티 부문 매출은 어뮤즈 덕분에 역대 최대인 1156억원을 기록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