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다, 아름답다 같은 말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정확한 표현을 위해 철저하게 노력해요. 그게 성공한다면 비로소 궁극적으로 우아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얻는다고 생각합니다.”(박찬욱 감독·사진)
박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지난 29일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월드프리미어로 공개되며 나온 현장의 첫 반응은 ‘역시 박찬욱다운 영화다’였다. 박 감독 특유의 우아한 영상미, 장면과 어울리는 음악이 돋보인다는 뜻이다.
이날 오전 베네치아 리도섬 ‘팔라초 델 시네마’에서 열린 ‘어쩔수가없다’ 공식 기자회견에서 각국의 기자들이 우아한 미학을 만들어내는 비밀을 벗기기 위한 질문을 쏟아냈다. 정작 박 감독은 아름답다는 개념에 몰두하지 않는다는 답을 내놨다. 그는 “원하는 건 스토리와 캐릭터의 감정이 가장 정확하게 표현되는 방법”이라며 “정확하기 위해 철저하게 노력하면 추하고 역겹고 더러운 피사체일지라도 궁극적으로 아름다운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이날 진행자인 엘리나 폴라키 베네치아대 교수가 작품 완성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를 묻는 말에 “20년 만에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돌아온 것처럼, 이 작품의 원작을 영화로 제작하겠다고 결심한 것도 20년이 됐다”며 “필요로 하는 정도의 예산을 만들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고 답했다. 그는 “세월이 흐른 뒤에서야 드디어 투자가 이뤄지고 원하는 수준의 예산이 책정돼 캐스팅 라인업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유독 ‘어쩔수가없다’에 애정을 쏟은 이유도 넌지시 털어놨다. 소설 원작과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이 실직하고, 자신의 쓰임새를 확인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구직에 나서는 점이 자신과 닮았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박 감독은 “영화인도 한 번의 작품이 끝나면 잠재적 실직 상태에 들어가고, 언제 다음 작품을 할지 기약이 없는 상태로 몇 달 혹은 몇 년의 시간을 보낸다”며 “투자자에게 시나리오를 피칭하는 모습이 영화 속 실직자가 구직 면접을 보는 장면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는 어느 나라 사람들에게 들려줘도 공감할 수 있다”며 “언젠가는 영화로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했다.
베네치아=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