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으로 양국간 '제조업 협력'이 한발국 내딛게 됐지만, 무관세로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던 이점이 자라지고, 비관세 장벽 관련 미국의 요구가 확실하게 매듭지어지지 않는 등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는 국책 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는 31일 발간한 '한미정상회담 주요 내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난 25일 치러진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보고서는 정상회담을 통해 앞서 한·미관세 협상에서 합의했던 대미 투자방식이 구체화했으며, 한국과 미국 기업 간 각종 계약과 MOU가 체결됐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양국이 첨단 기술과 핵심광물 분야 협력 등을 약속하고 투자 협력 외적인 부분에서도 동맹관계의 진전을 이뤄냈다고 봤다.
하지만 보고서는 회담에서 논의됐던 구체적인 사항이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을 우려했다. 추후 농산물 시장 개방과 경제안보, 디지털 무역 등의 부문에서 미국과 지속적인 논의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보고서는 “기존 약속을 이행할 때 벌어지는 문제를 협의할 채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인텔의 지분 인수를 마무리한데 이어 록히드마틴의 지분도 소유하는 방향을 추진 중이다. ‘전략 산업’ 중요기업의 지분을 매입하고, 미국에 진출한 다른 나라의 지분도 내놓으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런 기업의 지분 매수를 추진하는 미국 정책이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기업들의 소유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정부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세 협상 이후 대미 무역의 양태도 바뀔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미국에 완제품 위주로 수출했던 것에서 ‘공급망 상류 산업’을 수출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보고서는 “그동안 한국 반도체의 경우 웨이퍼나 칩 형태의 반제품보다는 디램 모듈, SSD 등을 주로 수출했고, 자동차도 부품보다는 완성차 수출 비중이 높았다”면서 “앞으로는 '공급망 상류 산업'의 수출액이 늘어나는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높은 만큼 소재, 부품, 장비 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상회담과 함께 맺어진 MOU 등 한·미 원자력 협력에 대해선 기대감을 나타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원자력 발전에 관한 행정명령을 연달아 발표하는 등 원자력 발전 기반 재건을 위한 의지를 다지는 만큼, 향후 미국의 정책방향을 참고해 정부 차원의 소형모듈원자로(SMR) 관련 대미 협력 의제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미국 정부는 △원전 확대 △규제 완화 △원자력협정 갱신 및 체결 등을 추진 중이다.
앞으로 미국 통상 정책의 초점은 전통적인 무역수지 관리에서 경상수지 관리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한국도 이에 대한 선제 대응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무관세’ 이점이 상당부분 사라질 수 밖에 없다. 보고서는 ‘관세 외 조항의 유효성’에 대해 미국과 추가 합의가 필요하고, 추가 대미 투자에 따른 투자 보호 규정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FTA 관세 규정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로 상당 부분 무력화했지만, 관세 이외의 투자와 경쟁 탭터는 향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 미국과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세 외 규정의 유효성에 대한 미국과 합의도 필요하다. 특히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해 매기는 품목관세를 한국에도 매기는 근거인 FTA 협정 상 ‘국가안보 예외 조항’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해야한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앞으로 한미 양국이 △MOU 및 산업협력이 집중된 조선산업과 원자력 발전에 대한 협력 의제 구체화하고, 이행해야하며 AI를 비롯한 핵심신흥기술 분야 글로벌 경쟁 심화 대응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 협력 강화를 지속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에는 “대미 투자 확대 이후 나타날 수 있는 미국 경상수지 관리를 강화하고, 대미 수출 구조 전환에 대한 장기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