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국회의원에게 월 400만원이 넘는 주택 수당이 지급돼 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도 자카르타에서 촉발된 시위가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시위 도중 오토바이 배달 기사가 경찰 장갑차에 깔려 숨지고, 지방의회 건물에 불이 나 3명이 목숨을 잃는 등 상황은 갈수록 격화됐다.
29일(현지시간) 자카르타에서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경찰청 기동대 본부로 행진하며 진입을 시도했다. 이들은 국회의원 수당 인상에 반발해 시위를 벌이던 중 배달 기사 아판 쿠르니아완(21)이 장갑차에 치여 숨진 사건을 계기로 경찰청장 해임을 요구했다. 목격자들은 "장갑차가 시위대를 향해 돌진했고 멈추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시위대는 돌과 폭죽을 던지며 맞섰고,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사용했다. 자카르타 도심에서는 경찰청 인근 건물이 불에 타며 사람들이 갇히는가 하면, 정부 청사와 차량이 파손되기도 했다. 도심 교통은 마비됐고 쇼핑몰과 상점은 영업을 중단했다.
폭발한 분노는 전국으로 확산됐다. 남술라웨시주 마카사르에서는 시위대가 지방의회 건물에 불을 지르면서 직원 등 3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수라바야에서는 시위대가 주지사 관저를 습격하려다 진압됐고, 반둥과 욕야카르타에서도 의회 건물 방화와 타이어 화염 시위가 이어졌다.
사망한 쿠르니아완의 동료 배달 기사 수천명은 오토바이를 몰고 장례식에 참석하며 연대 시위를 벌였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TV 연설에서 "과도한 경찰 행동에 충격과 실망을 느낀다"며 유족에 애도를 표하고 직접 자택을 찾아 보상을 약속했다. 당국은 사건과 관련해 경찰 기동대원 7명을 구금했지만 운전자를 특정하지는 못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국회의원 580명이 지난해 9월부터 1인당 월 5000만 루피아(약 430만원)의 주택 수당을 받아 온 사실이 언론을 통해 드러나면서다. 이는 자카르타 월 최저임금의 10배 수준으로, 국회의원들은 급여와 수당을 합쳐 매달 1억 루피아(약 850만원) 이상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 부담과 실업난에 시달리던 시민들은 "과도한 특혜"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해고 노동자가 4만2000명을 넘어 지난해 대비 32% 증가한 상황에서, 시민들의 분노는 단순한 수당 문제를 넘어 불평등과 정치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