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운전자 실수 가능성 배제 불가"…'BMW 급발진' 손배소 뒤집혀

입력 2025-08-29 12:00
수정 2025-08-29 12:05

대법원이 급발진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서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BMW의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지난달 18일, 고(故) A씨와 배우자 B씨가 숨진 교통사고와 관련해 자녀들이 BMW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제조물의 결함이 사고 원인이라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 중 BMW코리아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이 사건은 2018년 5월 A씨가 BMW 528i 차량을 운전하던 중 유성IC 부근 갓길을 따라 시속 200km 이상으로 주행하다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추락하면서 A씨와 동승자 B씨가 사망한 사고다. 유족 측은 차량 정비를 마친 직후 정상 주행 중 급발진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제조물 책임법에 따라 수입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사고 당시 차량 결함이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 그러나 2심은 비상등 작동, 고속 주행 거리, 운전자의 건강 상태 등을 근거로 “제조물 결함으로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수입사의 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그러면서 원고들에게 각 4000만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원심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른바 급발진 사고의 경우, 차량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했다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며 “특히 피해자 측은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았다는 점, 즉 페달 오조작이 없었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고 당시 제동등이 점등되지 않았고, 차량이 어느 시점부터 급가속했는지 알 수 있는 자료도 없다”며 “운전자가 착오로 가속 페달을 밟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결함을 의심할 만한 전조 증상이나 유사 사례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엔진 결함이 브레이크 작동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며, 제조물 책임을 추정하기 위한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보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했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