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며 내란을 방조한 혐의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 과정 전반에서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뿐 아니라 정족수 확보와 문서 작성 등 ‘작위’에 의해 적극 가담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은 29일 한 전 총리를 내란 우두머리 방조,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공용서류손상,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구속영장 기각 이틀 만이다.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피고인은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계엄을 막을 수 있던 최고의 헌법기관이었다”며 “대통령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고 헌법 질서를 유린할 것을 알면서도 오히려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행위를 하며 동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12·3 비상계엄도 기존의 친위쿠데타같이 성공할 것이란 생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료된다”며 “다시는 이런 역사적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현명한 판단이 (법원에서)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2023년 12월 3일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사전에 보고받고, 국무회의를 형식적으로 소집해 정족수 확보에만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특검보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손가락으로 필요한 국무위원들의 수를 세면서 한 전 총리와 대화를 나눈 것을 확인했다”며 “국무회의 서명을 거부하는 국무위원에게 ‘서명하고 가라’는 취지로 이야기한 사실도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12월 5일 강의구 당시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작성한 계엄 선포문에 김 전 장관과 함께 서명한 뒤 “사후에 문서를 만든 게 알려지면 또 다른 논쟁이 발생할 수 있다”며 폐기를 지시한 정황도 공소사실에 포함했다. 특검은 이 문서가 계엄의 법률적 하자를 사후적으로 보완하려는 시도였다고 해석했다.
헌법재판소에서 위증한 혐의도 적용했다. 한 전 총리는 탄핵심판에서 “언제 어떻게 계엄 선포문을 받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증언했으나, 특검은 한 전 총리가 계엄 당일 포고령 등 관련 문건을 직접 수령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