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100명 '산재수사팀' 만든다는 경찰…"고용부와 혼선 우려"

입력 2025-08-29 17:43
수정 2025-08-30 01:56

경찰이 이재명 대통령의 산업재해 근절 지시에 따라 수사관 100여 명을 투입해 18개 시·도청에 산업재해수사팀을 신설한다. 고용노동부가 주도하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산업재해 수사로도 경찰이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어서 업무 중복 등 혼선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경찰 내부에서는 “권한 중첩에 따른 혼선은 물론 본연의 치안 활동까지 위축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산재 전담팀 꾸려… 신경전 ‘불가피’ 29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다음달 1일 열리는 국가경찰위원회 정례회의에 산재수사팀 신설을 담은 ‘경찰청과 소속기관 직제 일부 개정령안’ 등 3개 개정안을 상정해 심의·의결한다. 경찰이 산재를 전담하는 수사팀을 신설하는 것은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지시에 따른 것이다.

경찰 산재수사팀의 인력 규모는 총 101명으로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에 배치된다. 현재 시·도청 형사기동대에 속한 안전사고수사팀 겸임 인력 59명을 산재수사팀으로 편성하고 추가로 42명을 투입할 계획이다. 산재 현장 감식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전담 과학수사팀도 경기남부경찰청에 두기로 했다.

경찰이 조직을 새로 꾸린 것은 향후 업무 영역을 산재 수사로 확대하려는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찰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수사한다. 공사장·공장 등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산업재해 수사는 고용부가 담당하고 있다.

업무 영역 확장은 고용부와 경찰 간 업무 혼선과 신경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간 산재 수사는 고용부가 주관하고 경찰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고용부는 소속 공무원 7명을 산재수사협력관으로 파견하기로 하는 등 표면적으로 협업 강화 기조에 호응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경찰의 업무 영역 확장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한 고용부 산업안전감독관은 “경찰이 순수한 목적으로 증원하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자칫 업무 중첩에 따른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업무 혼선 우려에 내부에서도 반발경찰의 산재수사팀 신설 방침에 일선 경찰관들까지 반발하고 있다. 산재 사고에 대한 두 기관의 수사 영역이 정해지기 전까지 경찰과 고용부가 동시에 움직이게 되면 업무가 겹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사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의 책임 소재를 따질 때도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 경찰이 산재 수사 주도권을 쥐기 위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무리하게 적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사망, 중상 등이 발생한 산재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와 관련이 깊다.

경찰관으로 구성된 협의체인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최근 입장문을 내고 “고용부의 고유 소관인 산재 업무로 경찰이 영역을 넓히면 불필요한 권한 중첩과 혼선을 야기한다”며 “경찰의 제한된 인력과 자원을 분산해 본연의 치안 활동을 위축시키고 전체적인 비효율성이 증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 내 형사기동대가 정권에 따라 태스크포스(TF)성 수사를 맡는 ‘별동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광역수사대에서 명칭을 바꾼 형사기동대는 베테랑 형사로만 구성된 경찰 부서다. 윤석열 정부 당시엔 리베이트 등 의료 관련 범죄를 주로 맡았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가 지난해 고려제약 불법 리베이트 사건에 투입된 게 대표적 사례다. 조인선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고용부와 경찰 양쪽에서 병행 수사를 하면 산재 피해자는 물론 관련 기업에서도 상당한 혼란이 빚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류병화/곽용희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