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공습을 이어가며 종전 협상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정상회담을 중재한 미국, 독일 등 서방 지도자 사이에서도 회담 가능성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2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러시아 공습에 관해 “이 전쟁의 양측이 스스로 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습 소식을 듣고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두 나라가 오랫동안 전쟁을 벌여온 점을 감안하면 놀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난 이후 종전 협상에 자신감을 보인 트럼프 대통령조차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이날 오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퍼부었다. 이번 공습은 러시아가 2022년 2월 전면 침공을 개시한 후 두 번째로 큰 공격이다. 티무르 트카츠헨코 키이우 군사행정청장에 따르면 이번 공격으로 최소 23명이 사망했다. 키이우 주재 유럽연합(EU) 대표부 공관과 영국문화원 건물도 피해를 봤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을 종식하려는 외교적 노력에 대한 모스크바의 대답”이라고 비판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알래스카 정상회담이 열린 지 2주도 지나지 않아 러시아가 공격을 강화하자 서방은 러시아를 강하게 비판했다. EU는 러시아에 19번째 제재 패키지를 곧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심지어 EU를 표적으로 삼기 위해 어떤 짓이든 서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사용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회담도 열리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날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프랑스 방문 중 “지난주 트럼프와 푸틴 대통령이 합의한 것과 달리 젤렌스키와 푸틴 대통령 간 회담은 성사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메르츠 총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회담 불발을 염두에 두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논의할 예정이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무장관도 내각회의 후 “연말까지 전쟁 종식을 위한 해결책이 나올 것 같지 않다”며 “전쟁은 올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