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 이곳에서 열린 미 중앙은행(Fed) 연례 심포지엄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기조가 외교·경제적으로 세계에 충격파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와 정책 입안자들은 Fed가 트럼프 정부의 전례 없는 압박과 비전통적 정책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하고 있다. 중앙은행 업무가 그리 녹록지는 않다. 중앙은행 역할 중 하나는 정치인들이 경제 문제의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두드리는 ‘샌드백’이 되는 것이다. 이 같은 기준에서 올해는 유난히 험난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Fed와 그 수장을 공격하는 수준은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이 니컬러스 비들과 제2합중국은행을 상대로 벌인 ‘은행 전쟁’ 이후 전례가 없을 정도다. 트럼프 정부는 단순히 금리 인하를 요구한 것을 넘어 Fed를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Fed 의장을 ‘멍청이’라고 불렀고, ‘사기꾼 리사 쿡’이라는 문구가 적힌 이미지를 트루스소셜에 게시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잭슨 연상하게 하는 트럼프Fed 지도부를 향한 공격만이 트럼프 정부가 Fed에 안겨준 도전은 아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 인공지능(AI),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이민 정책 변화는 중앙은행의 정책 결정에 큰 혼란을 더하고 있다. 이 같은 환경에서 통화정책을 펼치는 것은 쉽지 않다.
미국의 포퓰리즘은 항상 은행 권력에 불신을 품어왔다. 잭슨 대통령 집권 시기에도 은행 전쟁이 그의 정치적 행보를 좌우했다. 제2합중국은행은 서부 개척지를 개발하려는 현금 투기꾼과 기업가들에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많은 어려움을 안겼다. 당시 포퓰리즘 의제도 저금리와 풍부한 신용 공급에 대한 요구였다. 포퓰리스트는 넉넉한 신용 공급을 요구하면서 역설적으로 법정화폐 창출에는 격렬히 반대했다. 20세기 초반까지 금본위제는 미국 경제에 대한 영국 금융권력의 영향력으로 여겨졌다. 포퓰리스트는 국제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보다 미국을 우선시하는 통화정책을 원했다. 그들에게 국제 금융은 성실한 미국인보다 글로벌 엘리트 이익을 더 중시하는 것처럼 보였다. 과연 어떤 결과 나올까이는 오늘날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포퓰리즘을 이끄는 동력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하는 금리 인하 요구는 ‘완화된 통화정책’에 대한 수요를 반영한다.
가상화폐 운동은 법정 화폐를 향한 불신과 신용 창출 권한을 금융권에서 빼앗으려는 욕구를 보여준다. 당시 잭슨 대통령은 제2합중국은행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서부와 남부의 미개발·금융소외 지역의 경제 붐을 일으켰다. 하지만 비극으로 끝났다. 1837년 공황은 미국 역사상 가장 심각한 불황을 촉발했고, 공공·민간 부문이 부채를 상환하지 못해 국제적으로 심각한 여파를 남겼다. 펜실베이니아주의 채무 불이행은 영국 투자자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모든 혼란에도 불구하고 잭슨의 포퓰리즘은 궁극적으로 미국 자본주의를 강화했다. 은행 시스템을 분산하고 국경 개척을 가속화했다. 이 같은 역사가 반복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Fed의 싸움은 잭슨만큼이나 중대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원제 ‘Fed Bashing’s Populist Roo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