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담배시장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대한금연학회 '담배 제품 국내 유통시장 조사 및 흡연행태 심층 분석 연구(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담배(궐련) 판매량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5년새 3.2%가량 줄었지만, 같은 기간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6천541만 유닛에서 1억2천220만 유닛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담배에는 니코틴이 포함된 액상을 가열해 수증기를 들이마시는 액상형과 담뱃잎을 쪄서 수증기를 흡입하는 궐련형이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에 유통되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90% 이상이 합성 니코틴 함유 제품인 것으로 추산한다.
아울러 성인 4명 중 1명은 액상 전자담배가 궐련에 비해 덜 해롭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산학협력단(보건환경연구소, 보건대학원)은 최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제출한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 현황 및 인식 조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25% 가량(남성 24.2%, 여성 25.6%)이 액상 담배가 궐련에 비해 덜 해롭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남자 29.8%와 여자 26.3%는 궐련과 비교해 액상 담배에 유해화학물질이 적게 들었을 것이라 답했다. 역시 액상 담배 사용자 집단에서 이런 인식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불을 붙이지 않는 전자담배는 연초(煙草)에 비해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전자담배 흡연 후 자신의 몸에서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여기는 흡연자들이 많다.
29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여직원이 나한테 와서 포도냄새가 역겹다고 했다'는 한 흡연자의 사연이 올라와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작성자 A 씨는 "오늘 옥상에서 전자담배 피우고 들어오는데 사무실에서 포도냄새난다고 수근대는 소리가 들렸다"면서 "한 여직원이 와서 '포도냄새 나는데 좀 역겨워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A 씨는 "연초 담배 피우면 냄새 날까봐 일부러 전자담배 피우는 건데 서럽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B 씨는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아이코스같은 액상 전자담배도 흡연자인지 구분이 된다"며 "전자담배 피우는 사람은 '전담은 진짜 냄새 안 난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고 직장 내 고충을 호소했다.
결혼을 앞둔 C 씨 또한 "남자친구 차 타면 멀미는 기본이고 옷이랑 머리카락 소지품에 전자담배 달콤한 쩐내가 밴다. 독한 방향제 냄새랑 비슷해서 집에 와서 머리 감아야 사라진다"면서 "얘기해봤는데 미안해하기는커녕 본인은 냄새가 안난다면서 저더러 예민하다고 하더라. 황당해서 결혼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한 여성흡연자 D 씨는 "어머니가 제가 귀가하면 머리가 아프다고 하셔서 향이 없고 멘솔만 첨가된 액상으로 교체했는데도 지적하더라. 향이 없는 담배라고 말씀드렸는데 '특유의 냄새가 있고 너만 그걸 모른다'고 하셨다"라며 "정말 비흡연자들은 이런 냄새에도 예민한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전자담배에서는 연초 냄새와는 다른 이상한 냄새가 난다", "액상 많이 피우는 사람에게는 상한 과일향이라고 해야하나 조금 이상한 냄새가 났다", "비유하자면 땀냄새 나서 향수 뿌렸는데 더 역한 느낌이다", "비흡연자인데 누가 피우고 간 자리에만 가도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연초에 비해 덜할 뿐 전자담배라고 냄새가 안나는 게 아니다", "쥐오줌 같은 지린내가 나더라"라고 답했다.
현행 담배사업법상 '담배'의 정의는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삼은 것을 뜻한다. 현행법상 담배는 담배 제조·유통·판매 허가 등에 관리·감독을 받아야 하고, 경고문구·그림 표기, 가향 물질 표시 제한, 광고 제한 등 규제를 받는다.
액상 니코틴은 니코틴을 액체에 녹인 후 이 액체를 기화(氣化)시켜 피울 수 있도록 만든 전자담배다. 최근 액상형 전자담배가 많이 소비되고 있는데, 이 중 95% 정도가 화학 합성으로 제조한 합성 니코틴이다.
대부분 합성니코틴으로 만들어지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법적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논란이다. 국회에서는 담배사업법 개정을 통해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해 규제해야 한다는 입법 시도가 이어져왔다.
미국은 액상형 전자담배 이용자가 심각한 폐 손상을 입거나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2022년 연방 식품·의약품·화장품법을 개정해 합성 니코틴도 담배에 공식적으로 포함시켰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