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급발진 책임' 또 불인정한 대법…"페달 오조작 가능성 배제 못해"

입력 2025-08-29 14:50
수정 2025-08-29 14:51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제조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하급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A·B 씨의 자녀들이 BMW코리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 판단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2018년 5월 A 씨는 남편 B 씨와 BMW 528i 차를 타고 호남고속도로를 주행하다 톨게이트 진출로에서 전방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추락해 사망했다. 사고 무렵 A씨는 비상 경고등을 켠 채 갓길 약 300m 거리를 시속 200㎞ 이상으로 운전했다. A·B씨의 자녀들은 차량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을 주장하며 4000만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해당 사고가 자동차 결함, 급발진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추정할 수 없다면서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후 2심은 1심을 뒤집고 BMW코리아가 원고들에게 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A씨는 사고 장소에 도달하기 전에는 시속 80~100㎞로 운전했고 A씨는 당시 만 66세 여성으로 건강상 별다른 문제가 없었으며, 과속 등으로 과태료 등을 부과받은 사실도 없다"며 "A씨가 정상적으로 자동차를 운전하는 상태에서 자동차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라고 추정돼 BMW코리아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 씨가 자동차를 정상적으로 운행하는 상태에서 BMW코리아의 '배타적 지배' 하에 있는 영역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원심이 인정한 자동차가 비정상적으로 주행했다는 정황, 사고 직전에는 자동차가 정상적으로 주행했다는 정황, A씨의 운전 경력 등은 페달 오조작이 없었음을 인정할 수 있는 간접 사실로 보기에 부족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사건 자동차는 전소돼 어느 지점부터 어떤 경위로 급가속하게 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며 "나아가 사고 이전에 결함을 의심할 만한 전조 증상이나 동종 차량의 이상 증상 등 자동차 급가속 원인으로 의심할 만한 사정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제동등이 점등돼 있지 않았던 점에 관해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점등되고 여기에 엔진·브레이크 계통의 이상은 간섭할 여지가 거의 없다"며 "제동등이 점등돼 있지 않았다는 사정은 A씨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았을 가능성을 짐작하게 할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법원은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사고 당시 자동차가 시속 200㎞ 속도로 주행했던 것이 착오 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가속 페달을 밟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2심을 파기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