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의 승리" 외신 호평에도…야당의 외교 폄하 '눈살' [정치 인사이드]

입력 2025-08-30 18:11
수정 2025-08-30 18:14

국민의힘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찾은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활동을 '역대급 외교 참사'로 규정했다. 정치권에서는 진영을 막론하고 국익을 위해 외교 최일선에 나서는 대통령의 활동을 폄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의 승리"…외신 호평 나온 한미 정상회담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28일 새벽 3박 6일간의 미국·일본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겨냥해 '숙청', '혁명' 등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놓으면서 긴장감이 맴돌았으나, 이 대통령 특유의 붙임성과 '피스메이커' 등 칭찬 세례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외신에서도 호평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매우 훌륭한 사람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훌륭한 인물"(워싱턴포스트),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를 따뜻한 환대로 바꿔놓았다. 적대적인 회담의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다"(AP통신),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매료시키기까지 했다. 이것만으로도 승리라고 할 수 있다"(폴리티코) 등이다.

이 대통령의 이러한 노력으로 향후 실무진을 통해 진행될 경제 통상 등 협상에서의 안정성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 기존 관세 협상 합의 내용을 지키는 데 있어 선방한 것, 특히 김정은 북미 대황의 물꼬를 튼 것은 이번 순방의 가장 큰 성과로 평가된다. 국민 10명 중 6명(60.7%·리얼미터)도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역대급 외교 참사"라는 野…'홀대' 논란까지 지펴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외교 참사'라고 평가 절하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한마디로 역대급 외교 참사"라며 "이재명 정권 출범 3달이 안 되는 시점에 국정 어디를 봐도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게 없다"고 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구체적인 성과는 전무한 빈손 외교로, 역대급 외교 참사를 자초했다"고 했다.

미국 정부가 이 대통령을 홀대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대통령을 영접한 미국 측 인사가 의전장이 아닌 부의전장이었다는 점, 이 대통령의 숙소가 통상 국빈들이 머문 블레어하우스가 아닌 호텔인 점을 문제 삼았다. 송 원내대표는 "문재인 전 대통령 중국 혼밥(혼자 먹는 밥) 수준을 뛰어넘는 홀대를 받았다"고 했고, 나경원 의원은 "전례와 극명히 대비된다"고 했다.

이런 홀대 논란은 대통령실이 직접 해명하고 나서야 마침표를 찍었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지난 26일 브리핑에서 부의전장의 영접에 대해선 "의전장 대행 영접은 미국 측이 사전에 정중히 양해를 구해온 것"이라고 했고, 숙소와 관련해선 "미국 국무부 발표대로 블레어하우스 정기 보수공사로 인해 인근 호텔로 이동된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9일 순방을 마치고 돌아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순방 성과를 이어가려면 초당적 협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외교 문제나 국익에 관해서는 최소한 다른 목소리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야당을 겨냥해 외교의 정쟁화를 자제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풀이됐다.◇ 야당 되면 돌변하는 여당…"국론 분열 행태" 비판 지금의 정부와 여당은 야당이 도를 넘었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야당의 대통령 외교 폄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민주당은 야당이던 2022년 9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을 하지 못하고 장례식장에만 참석한 것을 두고 "글로벌 호구", "외교 참사가 벌어져 '외교 홀대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때 빚어진 외교 홀대 논란도 대통령실이 직접 해명하면서 일단락됐다.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전에 실수가 있었다, 홀대를 받았다는 것 모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왕실과의 조율로 이뤄진 일정"이라고 했다.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도 오늘날 이 대통령처럼 "외교 문제, 특히 대외적인 문제는 여야가 없다"고 정쟁화 자제를 호소했었다.

이랬던 여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 야당 때 앞장서서 외교 홀대론을 주창했었던 바다. 2017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3박 4일간의 중국 순방 기간 총 10번의 식사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지도부와 점심이 2번에 그쳤다는 점을 두고 혼밥 프레임을 만들어 "외교 참사"라고 했다. 당시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외교 최전선에 나선 정상을 정쟁거리 삼아 근거 없이 흠집 내는 자세는 민망하고 부끄러운 작태"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진영을 떠나 외교 최전선에서 국익을 위해 분투하는 대통령 뒤에 외교 참사라고 비난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외교 의전은 상대국의 상황과 관례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지만, 국내 정치에서는 이를 확대 해석해 정쟁의 도구로 삼는다"며 "심지어는 상대국 정상이 보여준 작은 행동 하나가 외교성과 전체를 좌우하는 것으로 호도한다. 이는 국론을 분열시키는 행태"라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