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손가락이 길수록 뇌 크기 역시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영국 레딩대학교와 더럼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에 "엄지손가락 길이가 길수록 뇌 크기도 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고대 인류 5종을 포함해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여우원숭이, 마모셋, 비비원숭이 등 총 94종의 영장류를 조사했다. 각 종의 엄지손가락 뼈와 다른 손가락 뼈 길이를 비교해 엄지가 얼마나 긴지 확인하는 것과 동시에 뇌의 무게나 두개강 용적(두개골 속 공간)을 자료로 모아 뇌 크기를 분류했다.
그 결과, 엄지손가락이 상대적으로 긴 종일수록 뇌가 더 크게 발달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엄지 길이와 뇌 크기의 연관성은 뇌 전체보다는 신피질과 더 강하게 이어져 있다. 신피질은 운동·감각 정보를 처리하고 손동작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영역으로, 작은 물체를 집거나 도구를 다루는 미세한 조작 능력이 뇌 발달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나왔다.
또한 인간을 포함한 호미닌은 다른 유인원과 비교했을 때 엄지가 비정상적으로 길다는 특징을 지녔다. 이는 도구 제작이나 정밀한 잡기 능력과 직결되는 요소로, 인간 진화 과정에서 뇌 크기 확대와 함께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연구팀은 "긴 엄지는 작은 물체를 더 잘 잡고 세밀하게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해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라며 "이러한 조작 능력이 뇌 크기와 함께 공동 진화(coevolution)해 인간과 영장류의 인지적·행동적 특징을 형성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은 엄지 길이와 뇌 크기만으로는 영장류의 손재주나 뇌 진화를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초기 인류 종인 '아우스트랄로피테쿠스 세디바(Au. sediba)'는 뇌 크기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긴 엄지를 지녔지만 이는 정밀한 도구 제작 능력 때문이 아니라 나무에서의 생활 방식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크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