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넥실리스가 솔루스첨단소재를 상대로 미국에서 배터리 동박 관련 추가 소송을 제기하며 양사 간 특허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한국·미국·유럽 등으로 소송전이 확전된 상황에서 양측의 법적 공방은 장기전 양상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SK넥실리스는 미국 텍사스 동부 연방지방법원에 솔루스첨단소재를 상대로 특허권 침해 금지 및 영업비밀 침해에 관한 추가 소장을 제출했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SK넥실리스는 솔루스첨단소재가 동박 제조공정의 핵심인 △첨가제 레시피 △전해액 운전 조건 △드럼 관리 방법 등에 관한 자사의 영업비밀을 부정 취득하고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SK넥실리스는 연방 영업비밀보호법 및 텍사스주 영업비밀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법적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자사가 사용하는 기술은 SK넥실리스의 특허가 아닌 이미 시장에서 널리 활용돼온 기존 기술에 기반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양사 간 분쟁은 2023년 11월 SK넥실리스가 솔루스첨단소재와 자회사 볼타 에너지솔루션즈를 상대로 미국에서 첫 특허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당시 솔루스첨단소재는 한 달 뒤 한국에서 SK측 특허의 무효를 주장하는 맞소송을 내며 대응에 나섰다. 이후 양사는 한국과 미국에서 공방을 이어가다 이달 초엔 유럽까지 전선을 확대했다. SK넥실리스는 헝가리와 룩셈부르크에 있는 솔루스첨단소재 유럽 법인이 다시 한번 특허를 침해했다며 유럽 통합특허법원(UPC)에 소송을 제기했다.
결과적으로 양사는 한국, 미국, 유럽 등 배터리 주요 시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 이번 미국 내 추가 소송으로 갈등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양사가 동박 수주를 놓고 해외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소송이 단순한 법적 분쟁을 넘어 시장 점유율을 좌우할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현재 한국, 중국 배터리셀사들은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 현지 생산 공장을 확대하고 있다. 동박 수주물량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두 회사 모두 적자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해외 신규 수주 확보가 필수적이다. 양측은 미국과 유럽에서 유사한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향후 특허소송 결과에 따라 시장 균형이 깨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 소송 결과가 양사의 고객사 확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두 회사 모두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