稅혜택 찔끔…'한국판 IRA' 맹탕 되나

입력 2025-08-28 17:48
수정 2025-09-08 16:10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한국판 IRA’(국내생산촉진세제)를 현재 설계대로 시행하면 국내 배터리 기업이 받을 수 있는 환급액이 연간 300억원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생산, 국내 사용’ 등 까다로운 환급 요건 탓에 수출 중심인 국내 기업에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미국과 중국처럼 ‘국내 사용’ 조건을 빼고 한국에서 생산한 모든 물량을 환급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8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이 입법을 추진 중인 한국판 IRA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가 받을 수 있는 환급액은 300억원(올해 생산비용 추정치 기준) 안팎으로 추산됐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국내 공장에 납품하는 SK온을 뺀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사실상 환급 혜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참고해 만드는 한국판 IRA는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 기업에 생산비용의 15%를 법인세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다. 여당은 내년 시행을 목표로 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실에 맞지 않는 환급 요건 때문에 ‘맹탕 IRA’가 될 것으로 우려했다. 한국판 IRA는 환급 대상을 한국에서 생산해 한국에서 사용한 제품으로 한정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각각 충북 오창과 울산 등지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대부분 수출하기 때문에 환급받을 물량이 거의 없다. SK온은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현대차·기아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납품하지만, 전체 생산 물량의 일부에 그친다. 지난해 배터리 3사 매출(48조4784억원) 대비 추정 IRA 환급액 비율이 0.06%에 그치는 이유다. 그나마 납부해야 할 법인세에서 빼주는 구조로 추진해 창사 이후 매년 적자를 내온 SK온은 실제로는 지원금을 전혀 받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은 국내 생산 기준만 있을 뿐 국내 사용 조건 없이 현금으로 지원한다. 미국은 현지에서 1㎾h 배터리를 생산할 때마다 45달러를 현금으로 준다. 미국에 공장을 둔 국내 배터리 3사의 올해 수령액만 3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이대로면 국내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법안의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상훈/김우섭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