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은행 등 금융회사가 책임지도록 하는 입법을 추진한다. 이동통신사의 부실 관리로 불법 휴대폰(대포폰) 개통이 다수 발생하면 해당 이동통신사에 등록 취소나 영업정지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28일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범정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과 증권사 등이 고객의 보이스피싱 피해액 일부 또는 전부를 일차적으로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를 법제화하기로 했다. 금융사의 고객 보호 의무를 근거로 무과실 책임을 인정하는 제도를 도입한 영국과 싱가포르 등의 사례를 참고해 구체적인 법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동통신사에는 대포폰 개통 방지와 피싱 문자 대량 발송 근절을 위해 철저한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한다. 통신사는 휴대폰 개통 시 ‘얼굴인식 솔루션’으로 신분증과 고객이 동일한지 확인해야 하며, 대리점과 판매점 등이 한 번이라도 고의·중과실로 대포폰 개통을 묵인하면 위탁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등록 취소나 영업 정지 등 제재를 부과할 수 있도록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다음달 ‘보이스피싱 통합대응단’을 출범하고 경찰 전담 수사 조직도 대폭 확대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액이 7766억원으로 2023년 연간 4472억원의 두 배에 육박한다.
정부의 초강력 대책 발표에 금융·이동통신업계는 당혹해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사가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게 아닌데도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점에서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현일/박재원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