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한국판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신설에 나선 건 해외로 떠나는 K배터리 공장을 국내로 돌려세우기 위해서다. 하지만 한국판 IRA에 별다른 인센티브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탈(脫)한국’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가 해외에 지었거나 짓고 있는 공장 규모는 모두 1035기가와트시(GWh)로 집계됐다. 1GWh짜리 배터리 공장을 짓는 데 대략 1000억~1400억원이 드는 만큼 100조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된 셈이다. 한국에 들어선 공장 규모는 42GWh뿐이다. SK온이 2028년까지 증설하기로 한 15GWh를 합쳐도 해외 공장의 18분의 1에 그친다.
업계에선 인센티브 차이가 탈한국을 불렀다고 설명한다. K배터리 기업이 한국보다 비싼 투자비와 인건비에도 불구하고 북미에 629GWh에 달하는 공장을 짓는 것은 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미국은 이 제도에 따라 미국에서 생산한 배터리 1㎾h당 45달러를 지급한다. 국내 배터리 3사가 올해 AMPC로 받는 인센티브만 3조원에 달한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30~50%의 투자세액공제를 주는 헝가리와 폴란드에도 187.5GWh 규모 공장을 지었다. 라이벌인 중국에도 218.5GWh 수준의 공장을 갖췄다. 한 배터리 기업 관계자는 “배터리 업체들이 세계에 공장을 설립할 때 가장 먼저 따지는 건 전기차 고객사가 인근에 있는지와 함께 인센티브 규모”라며 “현대자동차·기아 등 글로벌 3위 자동차 메이커가 있는 한국에 국내 배터리 3사가 공장 세우는 것을 꺼리는 건 인센티브가 너무 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