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을 무기로…日 공연계 판 뒤집는 韓 벤처인들

입력 2025-08-28 17:56
수정 2025-08-29 00:24
“이번 투자 유치로 일본 증시 상장을 위한 엔진을 달게 됐습니다.”

일본 공연계 넷플릭스로 평가받는 ‘스톤비(STONE.B)’의 김우재(왼쪽)·조윤상(오른쪽) 공동대표는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시장에 최적화한 강력한 기술 인프라와 플랫폼으로 현지 K팝 시장의 독보적 리더가 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스톤비는 최근 일본에서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한국 소프트웨어 기업 지란지교의 일본법인 지란재팬 등 4개사가 참여했다. 오는 10월 추가 투자 유치까지 더하면 총 5억엔을 조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톤비는 2028년 일본 증시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톤비는 2017년 시스템통합(SI) 전문 회사로 출발했다. SI 일감으로 자금을 모아 개발한 것이 2019년 선보인 ‘마호캐스트(mahocast)’다. 유료 티켓으로 동영상 스트리밍을 볼 수 있는 일본 최초의 플랫폼이다. 두 대표는 “직접 공연장을 찾지 않아도 티켓 한 장이면 어디서든 모바일 등으로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라이브 공연을 즐길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스톤비를 공동 창업한 조 대표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금강기획(현 이노션)을 거쳐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실에서 근무했다. 히라가나도 모르던 그가 돌연 일본행을 택한 것은 K팝이란 무기로 더 큰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열망 때문이었다. 정보기술(IT) 전문가인 김 대표는 고려대를 나와 일본에서 시스템 개발 경력을 쌓았다. 특히 일본 최대 시장조사 업체인 데이코쿠데이터뱅크에서 일하며 노하우를 익혔다.

2020년 덮친 코로나19는 스톤비에 기회였다. 오프라인 공연이 어려워지자 스트리밍 공연 시장이 급성장했다. J팝 밴드 위주 공연으로 시작해 입소문이 퍼지자 K팝 아티스트도 스톤비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스트리밍 공연은 3000회를 넘었다”고 말했다. 2021년부터는 일본에서 K팝 공연을 주최했다. 작년 3월엔 가수 아이유의 일본 요코하마 공연을, 올해 1월엔 걸그룹 엔믹스의 도쿄 공연을 공동 주최했다.

스톤비는 마호캐스트에서 오프라인 공연 티켓까지 판매하기 시작했다. 판매 상품은 앨범, 공식 굿즈 등으로 확장했다. 마호캐스트는 회원 21만 명이 넘는 통합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엔 팬과 아티스트 간 소통 플랫폼까지 내놨다. 온라인에서 직접 소통하는 양방향 팬클럽 플랫폼 ‘마호팬타운’까지 내놨다. 조 대표는 “지식재산권을 활용한 IT 업체로 거듭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