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기업 가치와 수익성을 높여주는 여정은 야구로 치면 이제 9회 중 2~3회에 불과합니다. 기업들은 지금도 계속해서 AI 투자를 늘리고 있어요.”
마냥 뜨거울 것 같았던 AI 붐은 요즘 다시 과열 논란에 휩싸였다. 샘 알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의 ‘AI 버블’ 발언과 ‘AI 시범 사업의 95%가 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MIT 보고서가 빌미가 됐다. 투자자들은 물론 AI를 도입하는 기업들은 AI에 대한 투자수익률(ROI)을 더 철저하게 따지고 있다.
그럼에도 전 세계 기업 10곳 중 7곳은 내년까지 AI 투자를 지난해 대비 약 두 배 늘릴 계획이다. AI 기술·컨설팅 기업 IBM이 글로벌 주요 기업 임원 2500명을 조사한 결과다. 지난 21일 미국 뉴욕주 요크타운하이츠 IBM 리서치센터에서 만난 닉 풀러 AI·자동화 부문 부사장(사진)은 “초기 과열과 조정은 있겠지만 AI 기술의 진보는 그 실체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AI 기술의 초점이 언어 모델과 생성형 AI를 넘어 에이전트로 이동하면서 기업들도 단순히 AI 모델을 산발적으로 도입하는 게 아니라 핵심 업무에 AI를 통합하는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AI 에이전트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투자수익률(ROI)도 이제까지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미 AI를 핵심 업무에 도입한 상위 10% 기업의 ROI는 18%(2024년)로 일반적인 자본비용인 10%를 크게 웃돌았다.
기업들이 AI 투자를 늘리는 배경은 기술에 대한 믿음과 ‘뒤처지면 안 된다’는 두려움이다. 풀러 부사장은 “전통 기업들은 태생부터 AI를 핵심에 놓고 설계된 신생 기업의 위협을 이미 체감하고 있다”며 “AI를 단편적으로 추진하는 기업들은 이미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메인프레임, 슈퍼컴퓨터 등 대규모 컴퓨팅 장치로 100년 이상 위세를 떨쳐온 IBM도 AI 시대엔 경쟁에 불리한 ‘전통(레거시) 기업’으로 인식되곤 한다. 하지만 풀러 부사장은 “IBM을 잘 모르는 사람들만의 생각”이라며 “삼성SDS, 로레알, 펩시 등 전 세계 고객사가 IBM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와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 ‘그래나이트’, AI 에이전트 플랫폼 ‘오케스트레이트’ 등을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IBM은 이런 AI 소프트웨어 기술 경쟁력을 알리기 위해 US오픈, 마스터스, UFC 등 다양한 스포츠와의 파트너십도 넓히고 있다.
다른 AI 소프트웨어 회사와 차별되는 IBM의 또 다른 경쟁력은 양자컴퓨팅이다. 이미 양자컴퓨팅을 상용화해 클라우드 형태로 200여 개 기업·기관에 제공하고 있는 IBM은 2029년엔 세계 최초의 대규모 오류 보정 양자컴퓨터 ‘퀀텀 스탈링(Starling)’을 구축할 계획이다. 핵심은 양자컴퓨팅의 가장 큰 난제인 양자 오류를 사실상 제로(0)로 만드는 것이다. 지금의 양자컴퓨터 대비 연산 능력을 2만 배, 고전 컴퓨터보다는 최소 200억 배 향상할 수 있다.
뉴욕=빈난새 특파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