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투자 유치로 일본 증시 상장을 위한 엔진을 달게 됐습니다.”
일본 공연계 넷플릭스로 평가받는 ‘스톤비(STONE.B)’의 김우재·조윤상 공동대표는 28일 인터뷰에서 “일본 내 K팝 시장의 독보적 리더가 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스톤비는 최근 일본에서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한국 소프트웨어 기업 지란지교의 일본법인 지란재팬, 지란재팬의 보안 전문 업체 J시큐리티,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합작한 라인야후의 벤처캐피털 ZVC, 게임센터 GiGO로 유명한 일본 최대 어뮤즈먼트 회사 Genda 등이 참여했다.
오는 10월 추가 투자 유치까지 더하면 총 5억엔을 조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투자사 모두 단순히 자금을 대는 것을 넘어 스톤비와 시너지를 내기 위해 힘을 합쳤다. 스톤비는 2028년 일본 증시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톤비는 2017년 시스템통합(SI) 전문 정보기술(IT) 회사로 출발했다. SI 일감으로 자금을 모아 개발한 것이 2019년 선보인 ‘마호캐스트(mahocast)’다. 일본 최초의 동영상 스트리밍 유료 티켓 플랫폼이다. 일본어로 마호는 마법을 의미한다. 두 대표는 “직접 공연장을 찾지 않아도 티켓 한 장이면 어디서든 모바일 등으로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라이브 공연을 즐길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일본이 오프라인 공연 문화가 발달한 반면 IT 기반의 라이브 스트리밍은 뒤처졌다고 판단해서다.
스톤비를 공동 창업한 ‘기획통’ 조윤상 대표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금강기획(현 이노션)을 거쳐 김대중 대통령비서실 홍보기획비서관실에서 근무했다. 히라가나도 몰랐던 그가 돌연 일본행을 택한 것은 K팝이란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더 큰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열망 때문이었다. IT 전문가인 김우재 대표는 고려대를 나와 일본에서 시스템 개발 경력을 쌓았다. 특히 일본 최대 시장조사 업체인 데이고쿠데이터뱅크에서 일하며 노하우를 익혔다.
2020년 덮친 코로나19는 스톤비에 기회였다. 코로나19 시절 오프라인 공연이 어려워지면서 스트리밍 공연 시장은 급성장했다. 마호캐스트는 이름처럼 아티스트와 팬의 무대 갈증을 해소하는 마법을 부렸다. J팝 밴드 위주 공연으로 시작해 입소문이 퍼지면서 K팝 아티스트도 스톤비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스트리밍 공연은 3000회를 넘었다”고 말했다.
사업을 확장한 것은 일본에서 K팝 공연을 직접 주최하면서다. 스톤비는 2021년 보이그룹 갓세븐의 리더 제이비를 시작으로 K팝 공연 기획 및 제작에 뛰어들었다. 작년 3월엔 가수 아이유의 일본 요코하마 공연을 이담엔터테인먼트(아이유 소속사),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 NTT도코모와 함께 주최했다. 올해 1월엔 걸그룹 엔믹스의 도쿄 공연을 공동 주최했다.
스톤비는 이와 함께 마호캐스트에서 오프라인 공연 티켓을 직접 판매하기 시작했다. 판매 상품은 앨범, 공식 굿즈 등으로 확장했다. 마호캐스트는 회원 수 21만 명이 넘는 통합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엔 팬과 아티스트가 온라인서 직접 소통하는 쌍방향 팬클럽 플랫폼 ‘마호팬타운’까지 내놨다. 조 대표는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IT 업체로 거듭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출은 급성장했다. 2023회계연도(2022년 7월~2023년 6월) 5억2490만엔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7억82만엔으로 늘었다. 올해는 15억엔가량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내년엔 또 두 배 이상 늘어 30억엔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톤비의 강점은 경쟁사와 달리 공연 기획부터 팬클럽 운영, 티켓 판매까지 한꺼번에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팬 데이터로 티켓 판매량을 예상하고, 공연 규모를 산정해 실패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공연이 확정되면 티켓 판매 실적을 실시간 확인하고, 저조할 경우 제작비를 줄이거나 추가 프로모션으로 실적을 끌어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조 대표는 “팬클럽 운영과 티켓 판매를 직접 진행해 공연 관련 전체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공연 시장 규모는 약 7000억엔으로 세계 최대 수준이다. K팝은 물론 글로벌 아티스트가 반드시 진출해야 할 국가로 꼽힌다. 지난해 일본에서 K팝 공연 시장 규모는 약 844억엔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6%가량 성장했다.
일본 음악 시장은 물론 더 크다. 1조350억엔 규모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김 대표는 “거대한 일본 음악 시장에서 K팝은 약 25%를 점유하며 약진하고 있다”며 “한류가 정착하고, 대규모 공연으로 존재감을 키웠다”고 말했다. 스톤비는 일본 시장에 최적화한 강력한 기술 인프라와 플랫폼으로 현지 K팝 시장의 리더가 되겠다는 구상이다.
도쿄=김일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