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체육의 열기가 뜨겁다. 종목이 다양해지고, 인스타그램·유튜브를 중심으로 ‘운동 셀럽’들이 등장하면서 운동은 더 이상 일부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적 문화가 됐다.
'체육복음'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운동을 통해 얻은 소신과 행복, 건강, 자기계발을 위해 노력하는 생활 체육인을 만나본다.
일산의 한 배드민턴장. 고요한 코트 한쪽에 삼각대가 세워져 있고, 라켓을 든 한 남자가 홀로 연습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는 유튜브 누적 조회수 1200만 회를 기록한 '윤이콕tv'의 운영자 윤주영(33) 씨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배드민턴을 시작해 17년간 선수로 뛰었던 그는 은퇴 후 방황을 겪었다. 하지만 다시 라켓을 잡으며 인생의 방향을 찾았다. 현재 그는 코치이자 교육자, 인플루언서, 사업가로 활동하며 생활체육 동호인들 사이에서 '배드민턴계 대표주자'로 불린다.
한국체육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고,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선수들은 자기가 배운 대로 가르치는 경우가 많아 비효율적이었다. 나는 커스터마이징된 교육법을 배우고 정립했다. 지금은 나만의 체계적인 교육 방식을 갖게 됐다"고 자부했다.◇배드민턴의 기본은 '그립' 부터, 남 따라 하기는 금물
코치로서 그가 초보자에게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은 채를 잡는 방법, 즉 '그립'이다. 잘못된 습관은 부상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윤 씨는 "앞으로 채가 보이게 잡으면 공은 잘 맞지만, 손목을 쓰기 힘들어진다. 결국 어깨가 다친다. 올바른 습관은 그립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립이 잘못되면 아무리 스윙을 연습해도 결이 나오지 않는다. 그립을 익히고 나서 스윙, 그리고 스텝 순서로 가는 것이 효율적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초보자들이 흔히 하는 '남 따라 달리기'식 훈련도 경계했다. 자기 체력에 맞는 속도와 거리를 찾아야 오래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윤이콕 클래스'가 인기 있는 비결도 이런 세밀한 설명에 있다. 그는 "다른 코치들은 '라켓을 자연스럽게 치라'고 말하는데, 동호인 입장에서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른다. 나는 하나하나 쪼개서,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역학적으로 설명한다. 초보자도 원리를 이해하면 금방 따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클래스에 대해서는 "레슨을 대체하기보다 추가 수단으로 생각하면 좋다. 거리나 시간 제약으로 못 오는 분들이 원리를 배우고 현장에서 접목하면 효과적이다"고 설명했다.◇짧은 레슨 시간 아쉬움을 채운 유튜브…누적 조회수 1200만회 '잭팟'
짧은 레슨 시간에 다 설명하지 못한 아쉬움에서 시작한 유튜브. 이제 구독자 5만명 누적 조회수 1200만 회를 돌파하며 생활체육 배드민턴계의 대표 채널로 성장했다. 레슨하는 분들에게 '영상 보고 오라'고 말하다가 시작했는데, 반응이 예상보다 좋았다고.
대표 콘텐츠인 '스매싱 강하게 때리는 법', '배드민턴 수비 잘하는법'은 조회 수가 수십만 회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유럽 여행 중 라켓 하나만 들고 현지에 '도장깨기'를 하는 영상 또한 화제를 모았다. 그는 "누구나 강하게 때리고 싶지 않나. 그 욕구가 조회수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스매시 한 방에 '킬각'을 잡는 비결을 묻자 윤 씨는 "정확히 잡고 팔을 회전시키는 연습을 하라"고 조언했다. 정확한 회전이야말로 강력한 스매시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올바른 습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자기 방식대로 치다 보면 처음에는 괜찮지만, 세게 치려다 어깨 다칠 수 있다. 작은 습관이 나중에 큰 차이를 만든다"며 "배드민턴은 텃세가 심한 운동이다. 못 친다고 안 끼워줘서 상처받는 분들이 많다. 그런 분들이 내 레슨을 통해 실력이 늘고 즐겁게 치게 되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배드민턴의 다이어트 효과도 강조했다. 그는 "5분만 쳐도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살이 확실히 빠진다. 겨울에도 반소매, 반바지 차림으로 칠 정도다. 다만 끝나고 치맥으로 회식하는 것만 조심하면 된다(웃음)"고 말했다.◇"은행원 연봉 한 달에 번다"…라켓·클래스 다방면으로 사업 확장
유튜브와 교육 활동을 넘어 그는 '윤이콕 라켓', '윤이콕 클래스' 등 다방면의 사업도 운영 중이다.
윤 씨는 "친동생이 은행원인데, 솔직히 말해 동생 연봉만큼은 내가 한 달에 번다(웃음). 다른 코치들에 비해 활동하는 것이 많다 보니 수입이 좋은 편이다. 동생도 많이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자랑이 아니라, 생활체육 시장에서 인플루언서가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보여준다.
그가 이렇게 번 수입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명확하다. 바로 전국에 무료 배드민턴 체육관을 세우는 것이다.
윤 씨는 "지금 하는 모든 일은 그 꿈을 위한 징검다리다. 모교인 한체대에 가보면 평생 운동만 한 친구들이 많다. 투지도 있고 끈기도 있지만, 은퇴 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곤 한다. 나는 체육계에서 큰 사람이 되어 선수들의 재사회화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배드민턴을 '일상 속의 오아시스'라고 정의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쳇바퀴처럼 도는 순간이 많은데 배드민턴은 그 지루한 일상을 전환해줄, 어디서든 즐겁게 할 수 있는 특별한 운동"이라며 "배드민턴을 하면 젊은 사람들은 여자친구, 남자친구도 사귀고 플러팅도 할 수 있다(웃음). 무엇보다 평생 할 수 있는 건강한 취미다. 70~80대 어르신들도 친다. 사회성도 좋아지고, 오래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배드민턴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인생 그 자체다. 그는 "평생 배드민턴을 했고, 은퇴 후 방황하기도 했지만 결국 돌아왔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이 배드민턴이다. 앞으로도 쭉 배드민턴을 할 것이다"고 다짐했다.
글=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사진·영상=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