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외국인 '880만명' 신기록 썼는데…'7조 적자' 왜?

입력 2025-08-29 07:30
수정 2025-08-29 07:38

올해 상반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가 역대 최대치였음에도 관광수지는 무려 52억달러(약 7조2100억원) 적자를 냈다. 방한객 숫자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이 같은 양적 성장이 수익성으로 이어지진 않은 데다, 내국인들의 해외여행 열풍은 한층 거세진 여파다.

29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1~6월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883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6% 늘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늘었다(104.6%). 다만 방한객 1인당 지출액은 오히려 퇴보했다. 2019년(1255달러)보다 17.4% 감소한 1012달러에 그쳤다. 전체 관광 수입 또한 13.6% 줄어든 89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소비규모 적은 개별여행 비중 증가
관광수익 감소의 핵심 요인으로는 여행 행태 변화가 꼽힌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자유도가 높은 개별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다. 개별여행은 여행사 일정에 따라 면세점 쇼핑, 관광식당 등을 이용하는 단체여행 대비 소비 규모가 작은 편이다. 단체여행 비중은 2019년 15.1%에서 올해 1분기 8.6%로 확 줄어든 반면 개별여행(FIT)은 같은 기간 77.1%에서 82.9%로 확대됐다.

방한 관광의 주요 활동이었던 쇼핑도 감소세다. 2019년 92.5%가 방한 기간 중 쇼핑을 주요 활동으로 선택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79.4%로 줄었다. 체류시간이 짧은 크루즈 입국자 수는 9만명에서 46만명으로 급증하는 등 관광객 수는 늘었지만 단기 체류로 적극적 소비를 끌어내지 못했다. 해외여행 열풍에 빨간불 켜진 관광수지
반면 한국인의 해외여행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활력을 되찾았다. 올해 상반기 1456만명이 해외로 떠나며 2019년(1501만명) 수준에 근접했다. 특히 일본과 베트남이 한국인 '최애' 여행지로 급부상하며 해외여행 지출액을 끌어올렸다. 일본 방문객은 2019년 대비 23.8% 증가한 478만명을 기록했고, 베트남 역시 221만 명으로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지출은 더 빠르게 증가했다. 2019년 상반기 해외 관광 지출은 약 145억달러였으나 2023년 상반기에는 관광객 수가 2019년 대비 33.8% 감소했음에도 총지출은 116억7000만달러로 19% 감소에 그쳤다. 이는 1인당 지출액이 968달러에서 1175달러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여행객 수가 1402만명으로 급증했지만 1인당 지출액이 925달러로 낮아지면서 총지출은 129억8000만달러에 머물렀다. 올해 상반기에는 여행객 수가 늘었고, 1인당 지출액도 971달러로 소폭 늘었다. 총지출액은 141억4000만달러까지 확대되면서 2019년 수준을 회복했다.

결과적으로 역대 최대 규모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지만 이들의 씀씀이는 한국인이 해외에서 쓰는 돈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관광 수입은 정체된 가운데 관광 지출이 빠르게 늘어난 탓에 관광수지 적자는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2019년 상반기 41억8000만달러 적자였던 관광수지는 올해 상반기 52억달러까지 적자폭이 늘었다.

홍석원 야놀자리서치 수석연구원은 "단순한 관광객 수 증가로는 해결할 수 없는 '저가 관광'의 구조적 문제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며 "관광수지 적자 고착화는 한국 관광의 미래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가운데 다음달 29일 중국인 단체 관광객 대상 무비자 입국 허용이 관광 수입 반등의 중요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이전과 유사한 대규모 소비로 이어진다면 하반기 관광 수입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단 중국 내 경제적 상황과 소비 트렌드 변화, 온라인 면세·해외직구 확대, 환율 여건 등 구조적 제약 요인이 영향을 미치면 반등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

최규완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과거와 같은 고부가가치 소비를 주도했던 중국 중장년층 관광객의 회복이 하반기 관광 수입 반등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단순한 관광객 수 확대를 넘어 질적 소비 구조를 회복하는 전환점으로 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