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있는 생활인구 증대, 지방소멸 해소의 시작이다[이정희의 경제 돋보기]

입력 2025-09-01 07:53
수정 2025-09-01 07:54

행정안전부는 지방교부세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내년부터 인구감소지역에 대해서는 지금의 등록인구에서 체류인구를 합한 생활인구로 산정 방식을 변경해 지방교부세를 배분하기로 했다. 따라서 지자체는 체류인구 증대 방안 마련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체류인구는 통근, 통학, 관광 등의 목적으로 주민등록지 외 지역에서 월 1회 이상, 하루 3시간 이상 방문 체류하는 사람을 뜻한다. 인구감소지역은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12호에 따라 지정된 전국 89개 자치 시군구이며 생활인구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제2조 제2호에 따라 정의된 인구로서 정주 인구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체류하며 지역의 실질적인 활력을 높이는 사람까지 포함된 인구를 뜻한다.

통계청 발표 생활인구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4분기 인구감소 89개 지역의 월평균 체류인구는 약 2223만 명으로 나타났다. 주민등록 인구 487만7000명에 비해 약 4.6배 높다. 체류인구는 평균 3.3일을 체류하고 3.8일을 숙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인구감소지역에서 1인당 카드지출로 11만6300원을 썼다. 인구감소지역의 전체 카드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5%로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정도가 상당히 크다.

수도권 이외 지역은 대부분 인구감소와 고령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돼 지방소멸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지방소멸 해소는 국가적인 과제이나 그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잘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가 빨라지면 지역경제도 활기를 잃고 계속 침체하며 그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렇다면 지방에 사람의 왕래가 잦아지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사람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지역경제에 온기가 전해지고, 그 온기가 중장기적으로 지역에 활기를 돌게 해 함께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거주인구도 많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빈집애 누리집에 따르면 2024년 전국에서 1만 호 이상의 빈집이 있는 지역은 전남이 2만 호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전북(1만8300호), 경남(1만5796호), 경북(1만5502호), 부산(1만1471호) 순이었다. 결국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빈집이 가장 많고, 그만큼 그 지역의 인구가 크게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장기적으로 방치된 빈집은 그 지역의 흉물이 되고 지역을 찾는 사람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그렇다면 이러한 빈집을 활용해서 외지 사람들이 잠시라도 체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우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체류인구를 늘리는 길이고 결국 생활인구를 증가시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빈집의 리모델링을 통해 지역관광활성화와 주민자립에 기여한 좋은 사례로는 최근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받아 잘 알려진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마을호텔협동조합이 있다. 빈집 10여 채를 마을호텔로 리모델링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그 관리는 주민들로 결성된 마을호텔협동조합이 맡아 수익을 주민들에게 배분했다. 빈집을 활용해 주민이 직접 지역경제 활성화에 참여한 것이다.

빈집 리모델링을 통한 도시 거주자들의 지방 살아보기 운동은 그동안에도 많은 지자체에서 유치 지원을 하는 등 활발히 펼쳐졌다. 이제는 그 성과가 클 수 있어야 한다. 빈집 리모델링 사업의 실효적인 성과를 위해서는 먼저 고향사랑기부금이나 각종 상생협력기금을 리모델링 비용 재원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지자체는 빈집 주변의 환경을 사람들이 찾을 수 있도록 쾌적하게 개선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외지인이 단기 체류할 수 있는 집의 관리는 마을주민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해 관리하고, 그 수익을 공정히 배분하도록 해야 한다. 또 빈집 리모델링 사업의 마케팅은 스타트업 플랫폼의 참여를 통해 사용자들과 연계와 소통이 원활하게 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를 통해 빈집 문제를 해소하고 생활인구를 늘리면서 지역주민 소득증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벤처 스타트업도 육성할 수 있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