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학생·연수 비자 4년으로 제한 추진…"영원한 학생 안돼"

입력 2025-08-28 13:44
수정 2025-08-28 13:59
“미국 전역의 대학들이 연수프로그램에 따른 수익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인 학생, 교환 방문자, 언론인에게 발급하는 비이민 비자의 유효 기간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시 인근 대학들은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뉴욕시 안의 한 대학 관계자는 “새 규정은 해외 인재 유치에 심각한 장벽이 될 수 있다”며 “유학생들은 학업 기간이 4년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자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 인재 유치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장해도 4년 초과 못해미국 국토안보부는 27일(현지시간) 외국인 학생(F비자)과 교환 방문자(J 비자)의 비자 유효 기간을 이들이 비자 필요 사유로 제시한 학업 등 프로그램의 기간으로 한정하되 4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규정안을 발표했다.

국토안보부는 이날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1978년 이래로, 외국인 학생(F 비자 소지자)은 ‘체류 자격 기간’이라 불리는 불특정 기간 동안 미국에 입국해 왔다”며 “다른 비자와 달리 ‘체류 자격 기간’ 지정을 받은 경우 추가적인 심사와 검증 없이 무기한 미국에 머무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 결과, 외국인 학생들은 미국의 관대함을 이용해 끊임없이 고등교육 과정에 등록하면서 미국에 머무르는 ‘영원한 학생’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보통 다른 비자는 1년 혹은 3년 등 유효기간이 명확히 정해져 있고, 만료되면 연장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F 비자는 학업만 계속하면 사실상 무기한 체류 가능했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 함께 따라온 부모가 이 허점을 이용해 미국에 무기한 체류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국토안보부는 4년 안에 학업이나 프로그램을 마치지 못할 경우 체류 기간 연장을 신청할 수 있는데 연장 기간 또한 최대 4년으로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비자를 신청할 때 제시한 학업 계획이나 학교를 바꾸는 것도 더 까다롭게 한다.

J 비자 또한 비슷하게 악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J 비자는 미국 국무부가 주관하는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외국인에게 발급되는 비이민 비자다. 학생, 연구원, 교수, 의사, 인턴 등 다양한 학술·문화·직업 훈련 목적으로 단기 체류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학업·연구 목적이 아닌데 교환 프로그램에 등록해 장기 체류하거나 불법 근로를 하는 경우도 있어왔다.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이는(비자 악용은) 안전상의 위험을 초래했고, 막대한 세금 부담을 발생시켰으며, 미국 시민들을 불리하게 만들었다”며 이번 비자 제한의 취지를 설명했다. 어학연수도 최대 2년어학 교육을 위해 학생 비자를 받는 경우 유효 기간은 최대 2년이다. 또 외국 언론사 주재원(I 비자)의 체류 기간을 240일까지만 허용하기로 했다. 언론인 비자는 240일 단위로 연장이 가능하다. 다만 중국 국적의 언론인은 90일 단위로만 비자 발급과 연장이 가능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비자 기간 제한은 합법적으로 미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에 대해서도 단속을 강화하는 것이다. 법적 테두리 안에 있긴 하지만 비자 제도의 허술함을 이용해 사실상 장기 거주를 이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의 무기한 체류로 공공서비스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납세자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외국인 학생이나 교환 방문자가 학업이나 프로그램을 명목으로 장기간 체류하면서 의료, 교육, 교통 등 공공 인프라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합법적 비자 신분이라도 일정 부분 세금 혜택·장학금·공공자원 이용이 뒤따를 수 있고, 이는 결국 미국 납세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토안보부는 또 중국 등 적대국 국민이 학생 또는 교환 방문자 비자로 들어와 간첩 활동을 한 사례들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 대학가 비상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미국 대학가에 재정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유학생들이 미국 교육기관에 매년 수십억 달러를 기여하는데, 체류 기간이 제한되면 신규 유입 감소, 장기 학업 기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특히 대학원·박사 과정은 4년 이상 걸리는데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국토안보부는 오는 28일 규정안을 관보에 공식 게시하고 30일간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의견 수렴을 마친 뒤 최종 규정과 시행일을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안보부에 따르면 2022∼2024 회계연도에 연평균 160만명의 F 비자, 52만3000명의 J 비자, 2만4000명의 I 비자 소지자가 미국에 체류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