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피해액, 금융사 책임 지운다…대포폰 못 막으면 이통사 영업정지

입력 2025-08-28 10:55
수정 2025-08-28 14:18


정부가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해 피해액을 은행 등 금융사가 책임지도록 하는 입법을 추진한다. 이동통신사의 피싱문자 방지, 대포폰 단속 의무도 대폭 강화한다. 정부는 28일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범정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을 확정·발표했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보이스피싱을 반드시 근절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①보이스피싱 피해금액 금융사가 물어낸다정부는 금융회사 등 보이스피싱 예방에 책임 있는 주체가 피해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배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개인의 보이스피싱 등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금융회사의 무과실 책임을 인정하는 입법을 추진한다. 금융위원회는 영국과 싱가포르 등 이 같은 제도가 도입된 해외 사례를 참고해 제도개선 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피해자 구제 장치를 마련해, 기업들로 하여금 고객보호 의무를 대폭 강화하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다. 금융위 권대영 부위원장은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과 손해 감수를)금융사도 상당 부분 책임을 분담해야 하는 것이며 고객의 피해를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라며 "(송금 등 금융) 시스템 운영자인 금융사에 사회적으로 위험을 분담시키는 것은 관심과 책임을 더 가져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용카드의 경우 기업들이 카드 부정사용 피해를 상당 부분 떠안은 덕분에 카드 거래가 활성화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②외국인 대포폰 단속 강화...통신사 제재 강화이통사(알뜰폰사 포함)는 앞으로 특정 대리점·판매점에서의 외국인 가입자 급증 등 휴대전화 개통 관련 이상 징후 판별 기준을 마련, 이를 모니터링하면서 이상 징후가 있을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해야 한다. 만약 이통사의 관리 의무 소홀로 휴대전화 불법 개통이 다수 발생하면 정부는 해당 이통사에 대해 등록 취소나 영업 정지 등 강력한 제재를 부과할 수 있도록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대포폰 유통을 방지하고자 외국인 여권으로는 기존 2회선에서 1회선만 개통할 수 있게 된다. 개통 시 본인 확인 과정에 '안면인식 솔루션'을 통해 신분증과 실제 얼굴이 동일한지도 더 확인해야 한다.


③피싱 문자, 악성 앱 강력 단속정부는 새로운 범죄 탐지 체계의 하나인 '보이스피싱 인공지능(AI) 플랫폼'도 구축한다.
해당 플랫폼은 보이스피싱 관련 금융·통신·수사 등 전 분야 정보를 모아 AI 패턴 분석 등을 통해 범죄 의심 계좌를 파악하고, 피해 발생 전 해당 계좌를 정지하는 등의 조치에 활용된다. 제조사·이통사는 향후 정부가 제공한 보이스피싱 데이터 및 AI 기술을 활용해 탐지 기능이 기본 장착된 단말기 출시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스마트폰에 악성 앱이 설치되지 않도록 문자사업자 ? 이통사 ? 개별 단말기에 이르는 3중 차단체계도 구축한다. 대량문자 전송을 서비스하는 모든 문자 사업자에게 ?악성 문자 탐지ㆍ차단 시스템(X-ray)?을 거치도록 의무화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악성 문자전송을 1차 차단한다. 2차로 이동통신사들은 X-ray가 탐지하지 못한 문자나 개인이 보낸 악성 문자의 인터넷 주소 접속을 차단하거나, 전화번호 위변조 여부를 확인해 수신을 차단한다. 개별 단말기에선 문자나 SNS 등의 피싱 문자는 스마트폰 제조사와 협력하여 개별 휴대전화(?15년 이후 출시된 구형폰 포함)의 ?악성앱 설치 자동방지 기능?을 통해 차단한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안드로이드 스마트 기기의 경우 오픈 생태계라 앱이 사전에 검증 없이 올라오는데 이번에 구글·삼성전자와 협의해 오픈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악성 앱을 걸러내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④정부 조직 강화, 경찰 일제 단속정부는 다음 달부터 경찰청을 중심으로 관계기관이 참여해 365일 24시간 가동되는 '보이스피싱 통합대응단'을 가동한다. 기존 통합신고대응센터의 43명 규모 상주인력을 137명으로 대폭 늘린다. 상담·분석·차단·수사까지 연계하는 실시간 대응 체계를 마련해 범죄에 이용된 전화번호는 10분 이내 긴급 차단토록 할 방침이다.

경찰은 범죄 수사와 관련해 국가수사본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보이스피싱 TF'를 운영하는 등 전국 단위 전담 수사 체계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전국 수사 부서에 400여명 규모의 전담 수사 인력을 증원한다. 5개 중점 시도경찰청(서울·부산·광주·경기남부·충남)에는 피싱범죄 전담수사대·팀을 신설한다. 또 내달부터 내년 1월까지 5개월간을 '보이스피싱 특별 단속기간'으로 지정해 단속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법무부 주관 '해외 보이스피싱 사범 대응 범정부 TF'를 운영해 해외 체류 총책급 범죄자의 검거 및 피해금 환수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