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돈 받고 주주연대 결성해드립니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의 민낯

입력 2025-08-29 09:45
수정 2025-08-29 19:11
이 기사는 08월 29일 09:4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운영사 컨두잇)가 지난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당시 최윤범 회장 측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금전을 받고 소액주주 단체를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풍과 고려아연 주주연대 운영 명목으로 영풍정밀(현 KZ정밀)과 2억원 규모의 용역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영풍정밀은 지분 35% 가량을 소유한 최 회장 측이 지배하는 회사였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액트 운영진은 지난해 4월 고려아연에 용역 제공을 제안하며 그 대가로 자문료 10억원을 요구했다. 이 시기는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 참전으로 지분 경쟁이 벌어지기 전이지만 영풍을 지배하는 장씨 가문과 고려아연을 경영하는 최씨 가문 간 갈등이 본격화했을 때다.

액트가 고려아연에 제안한 자문 용역의 세부 내용은 총 4가지로 이뤄졌다. △위임장 수거전략 수립·지휘 등 주주총회 방어 △소액주주연대 운영, 영풍 공격논리 발굴 △고려아연 소액주주연대 운영과 주주관리, 언론 홍보 △우호지분 결성 등이다. 고려아연이 10억원의 패키지 자문 계약을 체결하면 그 중 5억원은 고려아연 주식을 매수하는 데 활용해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맺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액트 운영진은 고려아연에 "소액주주연대 결성 및 관리는 액트의 전문 분야 중 하나"라며 "실제로 소액주주들이 찾아와 주주연대가 결성된 것처럼 계획, 실행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구체적으로 영풍 주주에게 액트 가입을 권유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소액주주연대를 조직화할 계획을 세웠다. 자신들의 관리를 받은 소액주주를 결성하면 지배주주인 최 회장 측에 우호적인 백기사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액트의 제안 중 일부는 실제 계약 체결로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작성된 액트 내부 문건에 따르면 고려아연과 액트는 총 4개 업무용역에 대해 각 1억원씩 총 4억원의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 가운데 3건은 계약주체를 고려아연에서 영풍정밀(현 KZ정밀)로 변경했다. 영풍정밀은 최윤범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지분 35%가량을 소유한 회사로 지배권이 최 회장에게 있다.

영풍정밀과 액트 간 계약은 영풍 주주연대 운영(1억원)과 고려아연 주주연대 운영(1억원), 영풍·고려아연 언론 기사 관리(1억원)를 위해 영풍정밀이 액트에 총 3억원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고려아연은 정기주총 전략수립·실행 명목으로 액트와 1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액트는 소액주주들의 '아고라'(광장)를 자처해왔다.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전자위임을 통해 간편하게 주주권을 행사하고, 마이데이터 인증을 받은 '진짜' 주주들의 결집을 도와주는 플랫폼으로 기능했다. 그러나 이번에 드러난 고려아연과의 용역 계약으로 플랫폼의 중립성과 투명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영풍의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활동이라도 특정 이해관계가 있는 세력으로부터 금전 대가를 받았다면 이를 투명하게 공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목 컨두잇 대표는 "개별 계약에 대해선 아무것도 밝힐 수 없다"며 "다만 공개매수 이후 소액주주가 거의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