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기술, 원전 수출 '팀 코리아'에서 설계 전담…한국형 SMR 개발 주도

입력 2025-08-28 15:46
수정 2025-08-28 15:47
한국전력기술은 1975년 원자력발전소 설계 국산화를 위해 설립됐다. 한국형 원전 설계기술, 표준화력발전소 설계기술을 개발했다. 국내 대다수 주요 원자력발전소 및 화력발전소를 설계하면서 세계적 수준의 전력·에너지 엔지니어링 회사로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자력, 플랜트, 신재생, 디지털 전환 등 에너지 전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엔지니어링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 두산에너빌리티 등 원전 수출을 위한 ‘팀 코리아’의 설계를 전담하고 있다. ◇ 원전 적기 설계로 안정적 전력 공급 기여국내 유일한 원전 설계기관인 한국전력기술은 신규 원자력발전소 적기 설계를 통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전력기술은 지난해 종합 준공한 신한울 1, 2호기를 비롯해 국내외 건설된 한국형 원전 설계를 전담했다. 현재 새울 3, 4호기와 신한울 3, 4호기 종합설계와 원자로계통 설계를 수행하고 있다.

2017년 이후 5년 만에 건설이 재개된 신한울 3, 4호기는 원전 생태계 복원을 위해 공사에 조속히 들어가야 한다는 요청이 있었다. 이에 한국전력기술은 지진 안전성 평가 등 강화된 안전 요건과 변경된 최신 기술을 신속히 적용해 지난해 건설 허가를 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건설 허가를 시작으로 신한울 3, 4호기는 지난해 10월 착공했다. 신규 원전 수출을 앞둔 시점에 국내 원전 생태계 복원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전사업 재도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 팀코리아 수출을 위한 설계사 한국전력기술은 팀코리아의 설계 전담사로서 체코 등 신규 원전 수출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체코 원전에 적용되는 APR1000 노형(원자로의 형태)은 현지 환경과 강화된 안전기준을 고려해 약 4년에 걸친 표준설계로 만들어졌다. 체코 당국의 기술성 인증 요구로 유럽 사업자 인증도 획득했다.

이 과정에서 신규 노형의 안전등급 결정에만 100여 명의 설계 엔지니어가 1년 동안 투입됐다. 수십 차례 회의를 거치면서 완성도가 높아졌다. 가격 경쟁력도 올라갔다는 평가다. 한전기술이 쌓은 50년의 설계 노하우와 경험 덕분이다. 경쟁국을 압도하는 수준으로 평가된 입찰서 작성, 기술평가에 경험이 많은 엔지니어를 집중 투입했다.

팀코리아의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한국전력기술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본 계약 체결 등 과정에서 설계사로서 주요 역할을 했다. 계약 체결 이후엔 성공적인 체코 원전 설계 착수를 위한 기반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

핵심 설계 엔지니어를 중점 배치하는 동시에 원전 설계특성과 주요 설계 고려사항을 면밀히 반영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김천 본사에 팀코리아 관계자를 초청해 ‘체코 원전 기술설명회’를 개최, 체코 원전 설계 특성과 주요 분야별 기술 내용을 공유했다. ◇ AI융합기술 개발 등 디지털 전환 앞장한국전력기술은 최근 들어선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설계 업무와 운영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3차원 모델을 기반으로 건설 분야 전(全) 생애주기에서 정보 및 프로세스를 관리·운영하는 BIM을 원전에 적용한다. 한국전력기술의 원전 BIM은 지난해 12월 국제표준인 ISO 인증(ISO 19650)도 취득했다. 체코 원전 수주 협상 과정에서도 사업주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한국전력기술은 디지털 엔지니어링 전환과 인공지능(AI) 융합 기술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사업화 전담 조직을 운영하며 설계 완결성과 효율을 제고할 뿐만 아니라 전력 산업 분야에서 AI 기술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 ◇ 글로벌 경쟁력 갖춘 한국형 SMR 개발세계는 대형 원전뿐 아니라 소형모듈원전(SMR) 분야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SMR이 글로벌 원전 시장의 핵심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한국전력기술은 한국형 원전 설계 기술을 바탕으로 SMR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민관 합동으로 추진되는 혁신형 소형모듈원전 i-SMR 연구개발(R&D)에 참여하고 있다.

원자로 계통설계 및 주요 보조기기(BOP) 종합설계를 비롯해 통합인허가 및 피동안전계통, 안전해석 기술 개발 등 핵심 과제를 담당한다. 피동안전계통이란 외부 전원이나 펌프 등의 능동적 장치 없이 중력, 자연대류, 압력 차 등 자연현상을 이용해 비상시 원자로를 안전하게 냉각·정지시키는 설비를 말한다.

한국전력기술은 해양형 SMR인 반디(BANDI)도 자체 개발하고 있다. 해운업계에서 확산하는 탈탄소 흐름으로 해양형 SMR이 부상하고 있어서다. 지난 4월엔 국제해사기구(IMO)가 2027년부터 해운업계 탄소세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전력기술은 장기적 시각에서 해양형 SMR 기술력 확보와 2030년 인허가 획득을 목표로 사업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다. 글로벌 협력 연구와 기술 연구를 통해 국제 기술 표준 수립에도 참여하는 등 대내외적인 소통과 협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