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29일 07:5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제모피아는 오랜 업력을 가진 주얼리 도소매업체다.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제모피아인베스트는 10년 여전부터 부동산 개발사업에도 나섰다. 코스닥 시장에 투자한 건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가 인수한 케이알엠이 처음이다.
제모피아인베스트는 부동산 거래로 케이알엠 전환사채(CB) 투자금을 마련했다. 투자 대상인 케이알엠에 서울 강남구 삼성동 부지를 팔아 상당 부분의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문제는 거래 가격이다. 2년 여 전 케이알엠에 삼성동 부지를 530억원에 넘기기로 계약을 맺었는데, 해당 부지는 불과 넉달 전에 제모피아인베스트가 340억원에 매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짧은 기간에 55% 비싸게 팔아 190억원 차익을 거둔 것이다. 금융감독원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제모피아인베스트는 2023년 4월 서울 삼성동 부지 720.4㎡(218평)를 보유한 자회사 제모피아인베스트5호를 146억원에 케이알엠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는 같은해 7월 마무리됐다. 부동산 거래가격은 530억원이었다. 토지를 담보로 한 채무 390억원을 상계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제모피아인베스트5호는 이에 앞서 2022년 12월 서울 삼성동 부지를 총 339억8000만원에 사들였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제모피아인베스트5호는 403.9㎡(122평) 부지를 190억4000만원에, 316.5㎡(96평) 부지를 149억4000만원에 샀다. 케이알엠과의 매각 계약으로 약 7개월만에 190억원이 넘는 달하는 차익을 거둔 것이다.
토지 평당 거래가격은 2억4300만원 수준에 이른다. 한 강남구 부동산 거래 전문가는 "인근 삼성동이나 청담동 준주거지역이나 2종일반주거지역 부지가 1억2000만원에서 1억7000만원에 거래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50% 안팎 비싸게 거래된 것"이라며 "무엇보다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과의 거래라는 점에서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제모피아인베스트는 토지 매각 대금을 바탕으로 케이알엠에 투자했다. 2023년 7월 14일 케이알엠 전환사채(CB) 14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같은 날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로부터 150억원 규모의 케이알엠 CB도 인수했다. 제모피아인베스트는 이날 케이알엠 주식 11만1400주도 주당 8988원(총 10억원)에 장내 매수했다. 총 투자금은 300억원에 이른다.
케이알엠은 투자금을 마련하는 데 대통령실과의 관계를 ‘후광’으로 활용한 회사여서 온갖 의혹이 제기됐다. 케이알엠이 인수한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는 지난 2022년 9월 윤석열 대통령의 고액 후원자인 서성빈 전 드론돔 회장을 통해 대통령실에 로봇개를 공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제모피아인베스트도 윤석열 정부 시절 급성장했다. 2021년 788억원을 기록했던 매출은 2022년 1403억원, 2023년 1618억원, 2024년 1752억원으로 불어냈다. 제모피아인베스트는 2022년 6월 임영규 대표가 윤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방문에 동행했다고 언론에 홍보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로는 제모피아인베스트의 자회사인 아송인베스트 대표가 베트남 순방 행사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알엠이 제모피아인베스트로부터 사들인 서울 삼성동 부지는 방치되고 있다. 케이알엠은 이 부지에 사옥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무산됐다. 국내 로봇 사업이 부진해 자금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알엠은 제모피아인베스트5호의 사명을 케이알에이아이로 변경했다. 업종도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으로 바꿨다. 하지만 작년 말 기준 임직원 수는 0명이다. 작년 매출을 내지 못했고 5억3832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케이알엠의 로봇 사업 실적은 내리막이다. 로봇 사업 매출은 2023년 1100만원, 작년 28억2200만원에 그쳤다. 서 전 회장이 윤 대통령의 고액 후원자라는 사실이 언론 보도로 드러난 뒤 대통령실에 로봇개를 장기 공급하는 것도 무산됐다. 케이알엠의 주가는 작년에 반토막이 난 후 횡보하고 있다. 제모피아인베스트는 CB 풋옵션을 행사해 투자금을 회수한 상황이다.
제모피아인베스트 관계자는 “서울 삼성동 부지는 오래된 공동주택 건축물이었고, 매입 후 임차인 명도, 멸실 등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높아졌다”면서 “당시 주변 토지 거래가도 급등해 높은 가격에 매각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케이알엠을 인수한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를 둘러싼 불법 자금 조달 의혹과 대통령실 로비 의혹은 알지 못했다”면서 “케이알엠 측에 법률 위반의 여지가 없음을 분명히 보장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