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방조 및 위증 등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구속을 면했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중요한 사실관계 및 피의자의 일련의 행적에 대한 법적 평가와 관련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정 부장판사는 또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 수사 진행 경과, 피의자의 현재 지위 등에 비춰 방어권 행사 차원을 넘어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피의자의 경력, 연령, 주거와 가족관계, 수사절차에서의 피의자 출석 상황, 진술 태도 등을 종합했을 때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3일 윤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하고 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헌법과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제1 국가기관'이자 '국정 2인자'인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하고, 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한다.
국방부 장관 또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계엄 선포 건의 또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하게 돼 있고, 국무회의 역시 국무총리가 부의장 역할을 한다.
국정 운영 전반과 계엄 선포에서 무거운 책임을 지는 국무총리임에도, 불법 계엄에 따른 내란 행위를 적극적으로 막지 못하고 방조했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특검팀은 또 계엄에 절차상 합법적인 '외관'을 씌우기 위해 계엄 선포 이전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했다고 봤다.
한 전 총리는 최초 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사후 선포문을 작성·폐기한 혐의와 함께 헌법재판소에서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도 받는다.
특검팀은 수사 결과를 토대로 한 전 총리에 대해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 공용서류손상,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허위공문서 행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이날 심사에 54페이지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362쪽 분량의 의견서, 160장의 PPT 자료,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제시하면서 혐의 및 구속 필요성 소명을 위한 총력전을 펼쳤지만, 법원은 특검팀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구속 수사 필요성이 소명되지 않는다고 보고 영장을 기각했다.
특검팀은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