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생태계 구축·해외 건조법 통과 '발등의 불'

입력 2025-08-27 17:32
수정 2025-08-28 02:19
이제 막 닻을 올린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여러 산을 넘어야 한다. 미국 본토에서 선박을 짓기로 한 한화는 미국 조선업 생태계를 되살리는 숙제부터 풀어야 한다. 한국을 마스가 프로젝트 생산 거점으로 꼽은 HD현대는 미국 군함을 해외에서 건조해도 된다는 확인을 미국 정부에서 받아야 일감을 따낼 수 있다. 민관이 ‘원팀’이 돼 각종 걸림돌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풀어내느냐에 마스가 프로젝트의 성패가 달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27일 미국 필리조선소에 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한화의 최우선 과제는 현지 생태계 구축이다. 수백, 수천 개 협력업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배를 만들 수 있는 조선업의 특성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 한 척을 제조하려면 블록 제작, 특수 강재 공급, 기자재 제조 등 수많은 협력사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미국이 오랜 기간 대형 선박을 건조하지 않아 현지 조선 생태계가 붕괴했다는 데 있다. 한국 내 한화 협력업체들의 미국 동반 진출과 미국 관련 기업 부활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용접·설계 엔지니어 등 숙련 인력 부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상당수 업무는 오랜 기간 노하우를 쌓은 ‘장인’이 필요한 영역이어서 미국에서 인력을 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비자 문제 등을 해결해 한국에서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HD현대가 마스가 프로젝트의 주인공이 되려면 ‘번스-톨리프슨 법’부터 풀어야 한다. ‘미국 군함은 미국 내에서만 제작해야 한다’고 규정한 법이다. 이 법이 풀리지 않는 한 HD현대미포가 보유한 독(dock·선박건조장)에서 미국 함정을 건조하려는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물밑 작업은 진행되고 있다. 지난 2월 군함 제작이 가능한 국가 범위를 동맹국으로 넓히는 법안이 일부 공화당 의원 주도로 의회에 제출됐다. 상·하원 논의 과정에서 이 법안이 어떤 식으로 처리되는지에 따라 HD현대의 미국 군함 수주 가능성이 결정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마스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미국 의회에 효과적으로 알려야 한다”며 “민관이 원팀이 돼 미국 정부와 함께 설득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