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동맹 현대화' 확인할 시금석

입력 2025-08-27 17:33
수정 2025-08-28 00:09
한국과 미국 간 원자력 분야 협력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5일 미국 워싱턴DC 정상회담에서 원자력 협력에 관해 의미있는 대화를 나눈 데 이어, 어제는 한국 외교부 2차관과 미국 에너지부 부장관이 부산에서 원자력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 간 원자력 협력은 원전과 SMR(소형모듈원전) 분야에 그쳐선 안 되고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하는 데까지 가는 게 마땅하다. 이 협정이 한국의 에너지 안보를 저해하고 원전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어서다.

한·미 원자력 협정은 ‘비군사적 사용’을 목적으로 1956년 처음 체결됐으며, 1974년 ‘민간 이용을 위한 양국 협력’을 위한 협정으로 대체됐다. 2015년 일부 개정됐지만 1974년 협정의 기본 골격이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미국의 동의 없이는 농도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을 만들 수 없으며,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도 할 수 없게 돼 있다. 저농축 우라늄은 핵무기 원료로 쓸 수 없지만 미국은 핵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한국에 이 같은 제한을 뒀다.

한국은 이 협정 때문에 원전의 주원료인 저농축 우라늄을 프랑스, 러시아, 영국, 중국 등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 2019~2023년 러시아와 중국 도입 비율이 39%에 이른다.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지 못하는 데서 발생하는 부작용은 더 크다. 사용후 핵연료는 각 원전에서 보관하고 있는데 5년 뒤면 저장 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른다. 그때까지 재처리를 시작하지 못하면 원전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 세계 5위 원전 국가의 상황이라곤 믿기 힘든 현실이다.

이번에 한국은 미국이 요구하는 대미 투자를 거의 다 수용하면서 최대한의 성의를 보였다. 미국도 마땅히 원자력 협정 개정에 협조해야 한다. 특히 일본 수준으로의 개정이 절실하다. 미국은 1988년 일본과의 원자력 협정을 개정해 우라늄 저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포괄적으로 허용했다. 그 덕분에 일본은 지금 6개월 정도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앞으로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 동맹 현대화가 진척된다고 볼 때 한국 자체의 북한 핵 억지력 강화를 위해서도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