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운용하는 유가증권이 올 들어 반년 만에 30%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자 대출 확장에 제약을 받는 인터넷은행들이 예·적금으로 모은 자금을 대거 국공채에 투자한 데 따른 결과다. 국공채는 안정적이지만 대출보다 수익성이 낮아 인터넷은행의 수익성 지표가 시중은행보다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다. ◇가계·기업대출 위축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원화 유가증권 운용액은 지난 상반기 평균 잔액 기준 26조353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평균 잔액(19조9630억원)과 비교해 반년 만에 6조3902억원(32%) 늘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2조6336억원(15.2%) 증가했는데, 올 들어 6개월 동안 증가폭이 지난해 연간 증가폭의 두 배를 웃돌았다.
은행별로 보면 카카오뱅크의 유가증권 운용액이 지난해 14조3866억원에서 올 상반기 18조4872억원으로 28.5% 증가했다. 케이뱅크는 같은 기간 5조5764억원에서 7조8660억원으로 41.1% 불어났다.
인터넷은행의 유가증권 운용액 증가 속도는 시중은행과 비교해 매우 빠르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유가증권 운용액은 1.5%(4조6797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3.9%)와 비교해 유가증권 증가 속도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인터넷은행이 유가증권 투자를 유독 빠른 속도로 확대하는 것은 대출을 내줄 곳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은 가계대출이 막히면 기업대출로 활로를 모색할 수 있지만, 인터넷은행은 법으로 대기업 대상 대출이 금지돼 있다. 중소기업 대출만 가능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대면 영업이 불가능해 중소기업에 대한 현장 심사도 할 수 없어 가능한 기업대출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익성 갈수록 악화돼카카오뱅크의 원화 자금 중 유가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3.8%에서 올 상반기 27.3%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는 23.2%에서 27.4%로 올랐다. 올 상반기 국민(15.7%), 신한(16.9%), 하나(14.1%), 우리(15.5%) 등 시중은행의 유가증권 비중은 인터넷은행의 절반 수준이다.
대출보다 유가증권 투자를 빠른 속도로 늘리자 수익성 지표가 악화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투자하는 유가증권은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단기 국공채인데, 수익성은 대출보다 낮다. 카카오뱅크가 보유한 유가증권 자산의 지난 상반기 평균 이자율은 연 3.61%로, 대출금(연 4.42%)보다 0.8%포인트가량 밑돈다.
카카오뱅크의 순이자마진(NIM)은 지난 1분기 2.09%에서 2분기 1.92%로 3개월 만에 0.17%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는 1.41%에서 1.36%로 0.05%포인트 하락했다. 이 기간 시중은행의 NIM이 유지되거나 소폭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인터넷은행들은 예·적금 금리를 낮춰가면서 수신 자금 유입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7월 18일 정기예금 금리를 한 차례 인하한 이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이달 14일 정기예금 금리를 추가로 0.05%포인트 내렸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