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노래·청춘·우정, 추억 소환…옛 친구에 전화걸고 싶은 작품 되길"

입력 2025-08-27 17:01
수정 2025-08-27 23:57

대학로 한복판, 붉은 벽돌의 건물들이 포근히 둘러싼 ‘청춘의 무대’ 마로니에공원. 뮤지컬과 연극의 중심지인 이곳 일대는 1980~1990년대까지만 해도 ‘라이브 콘서트의 성지’로 북적였다. 꼭 30년 전인 1995년 8월 고(故) 김광석의 1000회 공연도 바로 마로니에공원 옆 학전 소극장(현 아르코꿈밭극장)에서 열렸다.

이 역사적인 공간에서 5분 거리도 안 되는 곳에선 지금도 ‘영원한 가객’ 김광석의 노래가 꿈결처럼 흘러나온다. 한때 그가 몸담았던 포크 그룹 ‘동물원’의 노래가 어우러진 뮤지컬 ‘다시, 동물원’의 무대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이 작품은 김광석과 함께 동물원의 원년 멤버로 활동한 가수 박기영(60·사진)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캠퍼스 인근에서 만난 박 감독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라며 30~40년 전 김광석과 함께한 초창기 동물원 시절 이야기를 어제 일처럼 생생히 떠올렸다. “1986년이었죠. (민중가요 노래패인) ‘노래를 찾는 사람들’에서 광석 형을 처음 만났어요. 1987년 10월엔 이 근처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광석 형이 ‘녹두꽃’을 불러 노래운동 진영의 샛별로 떠올랐어요. 당시 전 건반을 맡았고요. 이후 광석 형의 제안으로 음반 녹음에 참여했는데 그게 바로 동물원의 시작이었습니다.”

뮤지컬 ‘다시, 동물원’은 우리 기억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는 김광석과 그의 동물원 친구들 이야기를 담은 실화 기반 작품이다. 동물원이 1·2집을 발매한 1988년 무렵부터 이후 김광석이 동물원을 나와 솔로 활동을 펼치다 1996년 세상을 떠나기까지의 시간을 배경으로 한다. ‘서른 즈음에’ ‘나무’ 등 김광석의 노래와 ‘혜화동’ ‘변해가네’ ‘널 사랑하겠어’ 등 동물원의 수많은 히트곡이 관객들을 추억 여행으로 이끈다.

실화 기반 뮤지컬이지만 극적 효과를 위해 일부 내용은 각색했다. 전업 가수가 되겠다는 김광석과 취업 후 음악 활동을 병행하겠다는 다른 멤버들 사이의 갈등이 실제보다 직접적으로 그려진다. “원래 동물원 멤버들은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스타일이 아니었어요. 물론 속으로는 서운한 마음이 있었겠지만, 화를 내기보다 서로의 선택을 받아들이는 편이었죠. 작품에서처럼 심각하게 대립하진 않았어요.”

이번 시즌엔 ‘회귀’ ‘동물원’ 등의 노래를 빼고 ‘우리가 세상에 길들기 시작한 후부터’ ‘그녀가 처음 울던 날’ ‘사랑했지만’ 등의 명곡을 새로 선보인다

박 감독은 매주 한 번씩 무대 위 배우들의 연주를 보고 피드백을 남긴다. 그때마다 김광석과의 마찰 등 지난날을 떠올려야 해 불편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처음엔 조금 당황스러웠던 게 사실이에요. 당시엔 해소되지 못하고 무의식 속에 쌓인 원망 같은 감정을 바라보게 됐으니까요. 하지만 제 모습을 한 발 떨어져 객관적으로 보고, 친구들의 감정에도 이입해보면서 그때는 미처 몰랐던 감정을 깨닫고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10주년 공연은 다음달 14일까지 이어진다. “공연이 끝나고 극장 문을 나서는 관객들이 잊고 있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좋겠어요. 그러면 충분히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