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분식회계를 지시하고도 책임을 피하던 회장·부회장 등 ‘실질 책임자’에게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한다. 회사에서 보수를 받지 않았더라도 계열사 급여나 배당 등으로 경제적 이익을 챙겼다면 제재 대상이 된다.
증권선물위원회는 27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이 같이 의결했다. 자본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불공정거래를 근절하라는 대통령 지시에 따른 후속 조치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그동안 회계부정의 책임을 피할 수 있었던 실질 책임자에게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그간 총수나 업무집행지시자는 회사에서 직접 보수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과징금 부과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사적 유용, 계열사 급여, 배당 등 경제적 이익이 확인되면 과징금을 내야 한다. 경제적 이익 산정이 어렵더라도 최소 1억원 이상 과징금을 부과하는 '최저 기준금액'도 신설된다. 분식회계 가담지에 대한 개인 과징금 한도도 현행 '회사 과징금의 10%'에서 20%로 상향된다.
실질 책임자 처벌 강화와 함께 과징금 산정 기준도 전반적으로 높아진다. 고의적 분식회계에는 최고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회계부정이 1년 이상 지속되면 매년 30%(중과실은 2년 초과 시 매년 20%)씩 과징금이 가중된다. 금융당국의 시뮬레이션 결과 회사 과징금은 평균 1.5배, 개인 과징금은 평균 2.5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제재 실효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의미다.
회계감시 체계도 보강될 방침이다. 내부감사나 외부감사, 금융당국의 회계감리 과정에서 자료를 위조, 변조하거나 허위자료를 제출하는 등 감사 방해 행위가 적발되면 고의 분식회계와 동일하게 처벌한다.
재무제표 오류가 반복되는 경우에는 외부감사 지정이나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조치가 내려진다. 반대로 감사위원회가 적극적으로 회계부정을 적발하거나, 새 경영진이 과거 분식을 신속히 수정하면 과징금 감면이나 면제 인센티브도 주어진다.
금융당국은 현재 연구용역과 업계·전문가 간담회를 거쳐 구체적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법률 개정 사항은 의원입법 형태로 연내 국회에 제출하고, 시행령 등은 연내 입법예고를 거쳐 내년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한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