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vs 연준' 전면전에…금값 '번쩍'하더니 '파격 전망'

입력 2025-08-27 16:00
수정 2025-08-27 16:1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중앙은행(Fed) 이사를 전격 해임하자 '안전자산의 왕' 금을 향한 수요가 폭증했다. 기존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연준 설립 이후 초유의 사태로 인한 통화정책의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며 금 가격은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27일(현지시간) 미 시카고(CME) 거래소에서 금 12월물 선물지수는 오전 2시 30분 기준 트로이온스당 3430.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금값은 지난 1주일 사이 2.48% 상승했다. 이달들어 상승률은 4.42%에 달한다. 선물시장 마감가를 기준으로 한 금의 사상 최고가는 지난 8일 기록한 트로이온스당 3491.3 달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쿡 이사를 해임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연준 이사를 해임한 건 연준 출범 이후 112년만에 최초다. 앞서 빌 펄티 연방주택금융청장은 쿡 이사를 '모기지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쿡 이사는 주거 목적의 저리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집을 임대로 내놨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기에 쿡 이사는 "해임의 법적 근거가 없다"며 직무를 수행하겠다고 밝혀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Fed도 성명을 내고 "이사의 임기 보장 및 해임 제한은 통화정책 결정의 중요한 안전장치"라며 쿡 이사를 두둔하고 나섰다.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통화당국과의 전면전을 선언하며 '안전자산의 대표주자'인 금은 탄력을 받았다. 금은 올해 주요 대체자산 중 압도적인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일반 투자자들이 금을 투자할 때 활용하는 가장 대중적인 수단인 SPDR ETF는 지난 1년새 14.45% 올랐다.

앞서 7명의 Fed 이사 중 3명을 임명한 트럼프는 쿡 이사 해임이 확정될 경우 과반인 4명을 임명하게 된다.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며 제롬 파월 Fed 의장을 압박해온 트럼프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 금리 인하를 낙관할 수 있게 된다.

통상 금은 금리 인하기에 가격이 상승하는 만큼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금값 추가 상승의 신호로 해석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이 예상하는 9월 FOMC 기준금리 인하 확률은 87%에 달한다. 여기에 연중 추가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적지 않아 금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사들 가운데도 금 가격의 급등을 예측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간은 금 가격이 늦어도 2026년 2분기까지는 트로이온스당 40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암 샘슨 피델리티자산운용 매니저는 지난달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Fed가 점진적으로 비둘기파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며 "기준 금리 인하와 달러 약세 효과가 겹치며 연내 금값이 4000달러 선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