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선물위원회가 27일 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이후 7년 만에 위원장 모두발언을 외부에 공개했다. 지난 7월 16일 여름 휴지기 이후 처음 열린 이번 회의는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새 증선위원장으로 취임한 뒤 주재한 첫 회의다.
권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자본시장이 중요한 모멘텀을 맞이한 시점에서 증선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자본시장의 신뢰를 저해하는 불법·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책임을 반드시 엄정하게 묻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불공정·불법행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천명했다. 권 위원장은 "주가조작, 불법 공매도, 고의적 분식회계 등은 시장 신뢰와 효율성을 무너뜨리는 중대한 범죄"라며 이날 회의의 첫 안건으로 '회계부정 제재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과제로는 자본시장의 생산적 금융 기능 강화를 제시했다. 권 위원장은 "증선위는 시장에 대한 검사자인 동시에 시장의 파트너"라며 "혁신기업에 모험자본이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직하게 기업활동을 한 이들이 억울하게 결과적 책임을 지지 않도록, 조사·감리·제재 전 과정에서 피조사인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는 절차 매뉴얼을 마련하고, 사소한 위반에 대한 경제형벌 적용의 적정성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권 위원장은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맞춘 감독·제재 체계의 선진화를 약속했다. 인공지능(AI)·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감독과 시장감시에 적극 활용하고,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낡은 규제를 개선해 조사 역량을 고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모두발언 공개에 대해 "신임 증선위원장이 취임한 만큼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최근 대통령실이 강조하는 '자본시장 불공정 행위 근절' 기조와 보조를 맞춘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