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온가족 꽃게 파티" 주부들 '오픈런'…초저가에 엄지 척

입력 2025-08-28 09:09
수정 2025-08-28 09:45

지난 26일 서울 중구 소재 한 대형마트 앞에는 개점 시간인 오전 10시를 10분 앞둔 시점에 30명 안팎 소비자들이 몰렸다. 오픈 시간에 맞춰 문이 열리자 고객들은 곧장 수산 코너로 달려가 꽃게 한 상자씩을 장바구니로 옮겨 담았다. 두세 상자씩 챙기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약 1.5m 높이로 쌓여있던 꽃게 재고는 판매 개시 5분도 지나지 않아 절반 이상 줄었고, 채 30분도 되지 않아 모두 동났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김모 씨(50대)는 “꽃게가 언제 다 팔릴지 몰라서 오픈 시간보다 20분 일찍 왔다”며 “요즘 물가가 많이 올라 장볼 때마다 부담이 컸는데 꽃게로 당분간 반찬 걱정을 덜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꽃게 금어기'가 해제되자 대형마트들이 일제히 제철 꽃게를 내놓으며 할인전에 돌입했다.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신선식품을 앞세운 초저가 경쟁에 나서면서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꽃게 100g 900원대2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지난주부터 ‘서해안 햇꽃게’(100g)를 992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도 ‘가을 햇꽃게’(100g)를 985원에, 홈플러스 역시 온라인몰에서 ‘냉수마찰기절꽃게’(100g)를 905원에 선보이고 있다.

꽃게는 산란기 보호를 위해 매년 6월21일~8월20일이 금어기다. 대형마트들은 매년 금어기 해제 직후에 갓 잡은 신선한 꽃게를 내세워 제철 장보기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반응도 좋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개점 전 매장 앞에 줄을 서는 ‘오픈런’ 현상이 나타날 정도다.


서울 길음동에 거주하는 황모 씨(60대)는 “지난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구매”라며 “집 주변 마트에서는 구하기 어려워 아침부터 운전해서 다른 지역 매장까지 찾아왔다”고 했다. 남편과 함께 장을 보러 나온 이모 씨(70대)도 “친구와 딸 집에 나눠주려 세 상자 샀다. 철마다 꽃게를 사먹는데 이번에는 가격이 특히 저렴하게 나온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제철 상품 풀리자 마트 찾는 소비자 늘어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장보기 수요가 늘면서 대형마트들은 신선식품 경쟁력을 내세워 오프라인 매장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꽃게와 같은 제철 식재료는 고객을 유인하는 ‘미끼 상품’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를 통해 마트를 찾은 소비자가 다른 상품을 추가로 구매하는 연계 매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매출 상승은 실제 수치로도 확인된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행사를 시작한 지난 21일부터 나흘간 수산코너 매출은 의무휴업일이 적용된 2주 전 같은 요일 대비 약 30% 뛰었다. 같은 기간 홈플러스도 관련 매출이 35% 늘었다. 이마트 역시 수산 카테고리 매출은 3%, 수산 코너를 찾은 객수도 18% 증가했다.


대형마트 3사의 초저가 경쟁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 국립수산과학원은 올해 가을어기(8월21일~11월30일) 서해 꽃게 어획량은 작년 가을(7885t) 대비 약 104~14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보다 공급량이 확대되면서 마트 측도 안정적인 가격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올해 서해 저층 냉수 세력의 범위가 확장하고 월동기 황해 난류의 서해 수송량 증가, 봄철 꽃게 개체 크기 증가 등이 어획량 회복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공급 여건이 개선된 데다 소비자 수요까지 몰리면서 대형마트의 꽃게 판매는 당분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제철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 수요가 확대된 가운데 외식 물가 상승이 맞물리며 가격 경쟁력이 있는 마트에서 가을 꽃게를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