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연구원장이 광주 도심에 내걸린 응원 현수막을 공개하며 자신의 정치 행보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여권 일각의 자중 요구에도 광폭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호남의 심장' 광주에서의 지지를 강조하며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개선장군이냐" 與 자중론에도…광주 지지세 자랑한 조국
조 원장은 27일 페이스북에서 "광주 시내에 걸렸던 현수막 모음"이라는 글과 함께 여러 현수막을 모은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에는 '조국 사면이 광주정신 계승이다', '조국 가족, 이제 한 밥상에 앉혀줍시다', '조국 사면 찬란히 빛날 정부 되는 길' 등 총 11개의 현수막 문구가 담겼다.
조 원장이 광주에서 지지를 받는다는 점을 강조한 이유는 기류가 심상치 않다는 평가를 받는 더불어민주당과 혁신당 간의 '기 싸움'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최근 조 원장 광복절 특별사면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았다는 점을 앞세워 소위 '조국 자중론'을 꺼내 들고 있다.
민주당에서 조 원장의 자중을 요구하고 나선 의원들은 "석방 후 끊임없이 메시지를 내고 국민들에게 개선장군처럼 보이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럽다"(강득구), "신중한 행보를 하시는 게 좋겠다"(전현희), "본인의 정치적 야망, 자리 욕심이 아니라 특별히 용서해주는 뜻을 받들어야 한다"(김상욱) 등 재차 자숙을 요구하고 있다.◇ 지방선거 앞둔 조국 '광폭 행보' 불편했나
민주당의 이런 지적은 비단 정부·여당에 대한 여론 악화 문제 때문만이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략적으로 던지는 견제구라는 관측도 있다. 두 정당의 지역 등 지지 기반이 사실상 같은 만큼, 민주당이 혁신당을 경쟁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시각이 드러났다는 취지다. 박지원 의원은 지난 24일 조 원장이 이번 주 호남 행보를 예고한 것을 놓고 "소탐대실로 호남에서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몇 석을 확보한다고 혁신당이 민주당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조 원장과 혁신당도 이같은 민주당의 논조를 견제로 해석하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먼저 조 원장은 전날 KBS 뉴스7과 인터뷰에서 "자숙을 하는 게 정치인 조국의 역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조국이 국민의힘 좋은 일을 시키겠냐"고 반문했다. 서왕진 혁신당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혁신당을 향한 견제가 과도하게 표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현선 사무총장은 "호남의 민심을 거스르지 말고 정치개혁으로 경쟁하면 될 일"이라고 민주당을 겨냥했다.
민주당 안팎에서 나오는 '민주당-혁신당 합당론'도 선을 긋는 분위기다. 조 원장은 "이재명 정부가 중도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했는데 아주 현명한 정책"이라며 "왼쪽·진보 영역이 비어서 저는 좌완투수를 하겠다"고 노선이 다름을 명확히 했다. 서 원내대표는 "호남은 민주당이 그동안 게을리했던 진보 개혁, 진영 내부의 혁신과 역량 강화를 절실히 기대하고 있다"며 "혁신당은 중앙정치에선 민주당의 왼쪽 날개로, 호남에선 철저한 혁신 경쟁으로 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선거는 뿌리 같아도 기호 다르면"…진흙탕 싸움 재현?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난해 10·16 재보궐선거 당시 벌어진 민주당과 혁신당 간의 격한 공방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시 전남 영광군수 선거에서는 고발전까지 번지며 양당의 갈등이 극에 달한 바 있다. 이때도 민주당은 "'쇄빙선 역할을 하겠다'던 혁신당이 항로를 바꿔 본진을 향해 돌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견제했고, 혁신당은 "본진에 문제 있는 부분은 수리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도 민주당과 혁신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었다. 혁신당은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이라는 뜻의 '지민비조'라는 슬로건을 내걸었고, 민주당은 이른바 '몰빵론(집중선택론)'을 내세우며 맞붙었다. 당시 이재명 대표는 "우군보다 아군이 많아야 한다. 반드시 민주당 아군들이 1당이 돼야 한다", "소수당의 경우 조정훈 의원처럼 언제 고무신을 거꾸로 신을지 모른다"고 혁신당을 경계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정권에 온몸을 부딪쳐 싸우겠다며 쇄빙선을 자처하던 혁신당이 이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을 깨부수겠다며 망치선을 자임하며 민주당과의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견제는 혁신당을 실질적인 경쟁 상대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선거에서는 아무리 뿌리가 같아도 기호가 다르면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